朴, 새정부 국정기조 ‘원칙·신뢰의 정치’에 정면 배치

입력 2013-01-28 22:19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 방침을 ‘권한남용’이라고 정면 비판하면서 정권 인수인계 작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박 당선인은 이를 통해 새 정부 운영 기조인 ‘법치주의’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사 논란을 포함해 4대강 부실 공사 의혹,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문제 등 MB 정부의 ‘실정’이 연이어 쏟아진 데 대한 불편함도 담겨 있다.

박 당선인은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특사 반대 입장을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지난 26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국민을 분노케 하는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밝혔던 것보다 표현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박 당선인은 이번 특사가 자신이 강조해온 ‘원칙과 신뢰의 정치’에 배치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신 것이다. 솔직히 정권 창출에 기여한 측근들을 대놓고 풀어주겠다는 건 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우리는 (친박계 사면을) 요구한 적 없다”고 했다.

박 당선인이 ‘참다 참다 터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대통령은 단 한 명”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고려해 ‘낮은 자세’를 인수위에 주문했다. 스스로도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현안이 터져 나올 때마다 언급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친 사고(?)들이 인수위 활동에 영향을 끼친 점이 적지 않아 내부적으로는 쌓인 게 많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향후 신·구 권력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은 곳곳에 숨어 있다. 4대강 부실 공사 논란의 경우 이 대통령 측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박 당선인 측은 “민관 공동조사로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엔 차기 정부가 4대강 뒤처리를 떠맡아야 할 상황이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도 갈등 요소다. 이 대통령 측은 “박 당선인과 조율했다”는 입장인 반면 박 당선인 측은 “실질적으로 이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택시법 개정안 국회 재의결을 놓고도 책임 공방이 오갈 수 있다. 때문에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29일 특사를 단행하고 양측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자칫 정권인수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기영 백민정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