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중복 처방 연간 1580만건… 오남용 우려

입력 2013-01-28 17:34

약효가 비슷한 약이 연간 1580만건이나 중복 처방돼 약물 오남용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정책연구소는 2011년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두 차례 이상 발급받은 건강보험·의료급여 환자 10%를 무작위 추출해 분석한 결과, 동일효능(약효)군 내 의약품이 4일 이상 처방된 사례가 전체 처방건의 0.2%로 조사됐다고 28일 밝혔다. 1∼3일 중복 처방 건수까지 포함할 경우 비율은 0.9%로 늘어난다. 이를 전체 환자 수에 대입하면 오남용이 의심되는 처방 건수는 1580만건, 4일 이상의 경우만 따지면 390만건으로 추정된다. 중복 처방으로 낭비되는 약품비는 전체의 0.3%(4일 이상 기준)로, 약 260억원 규모이다. 중복 처방전이 같은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발급된 경우는 12.9%, 나머지(87.1%)는 별개 질환의 치료를 위한 경우였다.

중복 처방의 절반 이상(51%)은 위장관운동개선제 등 소화기관용 약제였다. 소화기용 약은 약물 복용으로 인한 소화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흔히 처방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이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동일효능군 약품을 처방대로 먹을 경우 과다복용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버릴 경우에는 건강보험 재정 낭비 및 환경오염의 우려가 있다.

연구소 측은 “일회 복용분이 한 포에 포장되므로 환자가 중복 처방된 동일효능군의 의약품을 구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의사는 환자가 현재 복용 중인 약에 대해 고려하고, 환자는 관련 정보를 의사에게 상세하게 알려 중복 처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