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高, 속도 조절과 함께 기업체질개선 계기로

입력 2013-01-28 18:37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를 통한 일본의 노골적인 엔저(円低) 드라이브에 대해 세계 각국이 비난을 쏟아내면서 환율전쟁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전혀 개의치 않을 태세다. 당분간 엔저 추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리도 이에 각별한 대응책이 요청된다.

원화가치는 지난해부터 강세를 보여 온 데 이어 최근 엔 급락세와 맞물리면서 엔 대비 급격한 오름세를 보인다. 지난 1년 새 원화가치는 엔 대비 26%나 급등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이 엔저 드라이브의 최대 피해국으로 한국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일본의 50대 주요 수출품목 중 26개(52%) 품목이나 중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고·엔저에 따른 한·일 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계속적인 내수 부진 속에서 유일하게 우리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마저 주저앉는다면 올 경제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정부도 지난 23일 구두개입에 나섰다. 선물환포지션,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강화할 태세다.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를 가급적 제한함으로써 원화가치 급등을 막는 한편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속도조절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근본적인 원고·엔저 추세를 막아낼 수 없다. 환율 급등락과 관련된 속도조절은 정부의 몫이라고 하더라도 환율 하락(원고)에 대한 대응책은 기업이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작금의 원고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 고환율(원저)을 용인한 데 따른 결과다. 원저를 통해 수출기업들에게 혜택을 떠안기고 경제성장을 유도하려 했던 정책이 시간이 지나면서 원화가치가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제 수출기업들은 원고를 걱정하기에 앞서 제품경쟁력 강화라는 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술대국 일본이 초(超)엔고를 극복하면서 탄생했음을 유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