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꾸눈 벨모크타르(알제리 인질극 주도), 말리 팀북투 유적 파괴”

입력 2013-01-27 22:54

전쟁이 팀북투에 다가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호텔을 운영하던 압데르하마네 알파 마이가는 재빨리 움직였다. 호텔 정원에 구덩이를 파서 맥주 위스키 진을 궤짝째 묻었다. 객실을 돌아다니며 코란과 나란히 놓여 있던 성경책을 거뒀다. 다음날 정부군은 도주했다. 투아레그 반군이 이 지역을 점령했다.

지난해 4월 말리 북부를 점령한 반군이 유서 깊은 도시 팀북투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자세히 전했다. 팀북투는 15~16세기 유산이 남아 있는 말리의 고도(古都)다. 다채로운 문화와 화려한 음악, 웅장한 고대사원으로 유명하다.

반군이 점령한 다음날 마이가의 호텔에 5대의 픽업트럭이 들이닥쳤다. 기관총을 든 이슬람 전사들은 객실을 뒤졌다. 우두머리는 코란에 입을 맞췄다. 그는 호텔을 떠나며 “팀북투를 떠나지 말고 우리와 함께 일하자”고 했다. 일행 중 한명이 귀띔했다. “이분이 바로 그 애꾸눈이오.”

마이가는 “심장이 뛰었다. 애꾸눈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절대 잡히지 않는 인물이라고 했다”고 그 순간을 회상했다. 애꾸눈은 바로 모크타르 벨모크타르. 지난 16일 알제리의 가스전을 공격해 벌인 인질극을 주도한 이슬람 무장조직 ‘복면여단’을 만든 인물이다. 북아프리카 알아카에다(AQIM)도 그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모크타르는 팀북투의 유적이 우상이라며 곡괭이를 들고 파괴하기 시작했다. 무덤도 사원도 허물어졌다. 음악은 끊겼고, 밤마다 총성이 들렸다. 처음 반란을 주도한 투아레그족마저 사라졌다. 마이가도 피란을 떠났다. 그는 “내가 알던 팀북투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11일 프랑스가 반군지역을 공습하면서 군사개입을 시작했다. 말리 정부군과 프랑스군은 26일 북동부의 요충지 가오를 탈환했다. 팀북투와 인근 키달에서도 공세를 펴고 있다. 마이가는 “벨모크타르 무리가 이 나라를 파괴시켰다”며 “우리는 이제 둥지 잃은 새”라고 말했다.

미국은 프랑스공군에 공중급유기를 지원키로 했다. 서아프리카공동체(ECOWAS)는 파병 규모를 2200명 늘려 5700명으로 결정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탄자니아도 군대를 보내기로 했다. 승자 없는 전쟁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