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2주년 이집트 혼돈속으로

입력 2013-01-27 19:37

25일(현지시간)로 민주화 혁명 2주년을 맞았지만 이집트에서는 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광적인 축구팬들이 사형 판결을 받은 데 대한 항의시위가 유혈충돌과 대규모 사상으로 확대되면서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6일 이집트 카이로 법원은 지난해 2월 축구장에서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73명 중 2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당시 폭동으로 74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으므로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은 3월 9일 선고될 예정이다.

그러나 피고인 가족과 축구팀 ‘알 마스리’ 팬들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편향된 판결’이라는 여론이 일면서 거센 시위가 일어났다. 사형을 선고받은 전원은 포트사이드 팀인 알 마스리의 팬들이고, 사건 당시 알 마스리의 상대팀이었던 ‘알 아흘리’의 연고지는 이번 판결이 이뤄진 카이로다. 판결에 항의하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알 마스리’ 연고지인 포트사이드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번 사고로 31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다쳤다. 정부는 이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고 계엄령 선포도 검토하고 있다. 시위대는 포트사이드의 감옥으로 돌진, 갇혀 있는 피고인들을 꺼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2월 포트사이드에서 벌어진 두 팀 간 경기에서 흥분한 팬들이 정면으로 충돌해 74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사망자 대다수는 알 아흘리의 팬들이었다. 이집트 국민들 사이에서는 임시 통치를 맡은 군부가 비상사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건을 방조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후폭풍이 커진 이유는 각 팀 축구팬 간 감정싸움과 사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에 대한 동정 여론 외에도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이 이번 판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집트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이와 별개로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도 ‘빵, 자유, 정의’를 외치는 혁명 당시의 구호가 다시 등장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무르시 집권 이후 헌법 개정을 통해 이집트가 전제적인 이슬람 국가로 변질, 혁명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것이 시위대의 주장이다. 반무르시 세력의 집결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축구 시위’와 마찬가지다.

무르시가 위원장으로 재직하는 국방위원회는 시위대에 진정을 요구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위한 정치 당사자들 간 대화를 제안한 상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