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주재 상사원·해외 바이어 2066명에 물으니 수출 가격경쟁력 3년 만에 최악

입력 2013-01-27 19:13


환율 악재의 충격파가 중소기업은 물론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등 간판 수출기업까지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환차손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 확대는 물론 근본적인 수출 경쟁력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코트라는 원화가치 상승과 엔저(円低) 현상으로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2010년 3분기 이래 가장 나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코트라가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해외 바이어와 각국 주재 상사 근무자 등 20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분기 가격경쟁력지수는 지난해 4분기보다 2.1포인트 하락한 49.6에 머물렀다. 지수가 50 이하면 지난 분기 대비 가격경쟁력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가격경쟁력지수가 50을 밑돈 것은 2010년 3분기(49.2) 이래 처음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조원 이상의 환차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29조5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환율 문제로 지난해 3분기 5700억원, 4분기 3600억원 등 총 1조2000억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입었다”며 “결제 통화를 다변화해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환율변동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도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와 경쟁하기 때문에 환율 부담이 더욱 크고 직접적이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현대·기아차의 매출이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기아차 800억원) 줄고, 영업이익은 연평균 1%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내심 환율 하락을 반기는 업종도 있다. 원화 구매력이 높아지는 만큼 원료를 싸게 수입할 수 있는 내수기업들이다.

달러로 밀가루나 설탕 등을 수입해야 하는 식품업계가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곡물 원재료를 수입하는 CJ제일제당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연간 30억원의 이익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상승으로 고전해온 항공사들도 유리하다. 외화부채가 축소되고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외화부채가 75억 달러 규모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장부상으로는 750억원의 평가이익이 생긴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소는 이날 ‘신(新) 환율전쟁’ 보고서를 통해 최근 원화 강세가 수입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과 내수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원화 강세 현상을 내수확대의 기회로 활용하려면 수입물가 하락이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과점적인 수입품 유통구조에 경쟁요소를 도입하고, 과도하게 높은 수입 유통마진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화 절상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현재 적용 중인 ‘외환거래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 건전성 부담금 부과) 외에 추가로 금리인하 등의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급격한 자본 유출에 대비해 통화스와프 규모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