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당선인 경제정책 발언] 朴 토론 내내 ‘어디에 가봤는데 화법’ 구체적 사례 제시
입력 2013-01-28 00:49
“제가 네덜란드에 가봤는데 네덜란드 농업은 95%가 과학기술이고 5%만 노동이래요. 또 제가 강원도에 가서 ‘딸기박사’란 분을 만났는데…. 제가 어떤 지역 시민간담회에 가봤는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5·27일 인수위 경제1·2분과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어디에 가봤는데”를 입에 달고 있었다. 사안마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정책구상을 쏟아내니 토론 내내 ‘가봤는데 화법’이 이어졌다. 이를 의식한 듯 “그러고 보면 제가 가본 데가 참 많지요?”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경제2분과 토론회에서 정책 키워드로 ‘사후 평가’를 강조할 때는 “기억에 확 남으시라고 예를 들겠다”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산모가 산통을 겪다가 아이를 낳았는데, 남편이 의사에게 ‘이제 고생 다 끝났느냐’고 물었더니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답했대요. 아기를 낳는 게 다가 아니라 어떻게 잘 키우는지가 중요하다는 거죠. 정책도 만드는 것보다 시행·평가·보완이 더 중요합니다.”
또 “제가 ‘키워드가 이것이고, 핵심목표가 이것’이라고 자꾸 말씀드리는데, 항상 큰 그림과 목표와 비전을 염두에 두고 가는 게 목표를 빨리 달성하는 지름길”이라며 “이런 키워드는 ‘정책의 등대’”라고 말했다. 이어 “감기만 해도 ‘약 먹고 영양 보충하면 얼마 지나 낫겠지’라는 희망이 있으니까 버티는 것”이란 비유를 들어 “삶이 어려운 국민들이 정책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창조경제를 설명할 때는 정보통신기술(IT)과 과학기술을 ‘비타민’에 비유했다. 박 당선인은 “산업 간 융합을 통해 기존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게 창조경제의 핵심”이라며 “기존 산업에 IT와 과학기술이 ‘비타민’ 같이 들어가는 걸 수월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농림축산부로 바뀌면서 ‘식품’이 빠진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왜 식품이 빠졌냐고 하는데, 저는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농업이 1차 산업으로만 발전할 수 있겠어요? 당연히 식품뿐 아니라 관광까지 다 연결돼서 2차, 3차 산업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냥 농림축산부라 한 건데….”
경제1·2분과 업무보고 비공개 부분은 속기록 수준으로 내용이 거의 다 공개됐다. 200자 원고지로 무려 120여장 분량이다. 지금까지 업무 내용을 선별적으로만 알리던 인수위로선 이례적이었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원들에게 “내가 약속하면 여러분(인수위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또 “이번에 꼭 돼야 한다”는 언급도 수차례 하며 공약 실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인수위 출범 뒤 외부일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새 정부 인선·조직개편 작업에 주력했던 당선인이었다. 그러나 공약 속도조절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직접 나서서 국정과제 수립 과정을 챙기고 인수위를 채찍질하는 모양새다. 윤창중 대변인은 “비공개 부분은 당선인께서 관심을 갖고 말씀한 내용이다. 당선인의 정책구상을 과감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