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얼굴없는 천사’는 쭈꾸미 할머니… 나정순 할머니 “손님들 덕에 가난 벗어나 베풀고 싶었다”

입력 2013-01-27 19:07

쌀과 기부금을 서울 동대문구에 10년째 몰래 기부해 온 ‘얼굴 없는 천사’의 신원이 27일 드디어 밝혀졌다.

주인공은 서울 용두동 ‘나정순 할매쭈꾸미’의 창업자인 나정순(72) 할머니다. 나 할머니는 매년 200만원 정도씩 벌써 10년째 남 몰래 기부활동을 해오고 있다. 나 할머니는 한번도 이름을 알리지 않았지만 틈이 날 때마다 쌀과 기부금을 들고 구청을 찾아온 탓에 이미 모든 직원들이 나 할머니를 알게 됐다.

나 할머니가 기부를 하게 된 것은 자신이 창업한 주꾸미집을 찾은 손님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나 할머니가 워낙 말씀이 없으셔서 겨우 들은 얘기지만 ‘손님들 덕분에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만큼 베풀면서 살고 싶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 가난하게 살아 온 나 할머니는 30년 전 용두동 골목에 주꾸미 가게를 열었고, 할머니의 ‘손맛’이 소문 나 지금은 이 거리에 주꾸미가 명물로 자리 잡았다. 나 할머니는 올해도 쌀 20㎏짜리 100포대를 구청에 건넸다. 나 할머니는 “주꾸미가 나한테 희망이 되었듯이 내가 기부한 쌀이 설 명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나 할머니가 기탁한 쌀을 다문화가정과 저소득가구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