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들 보살핀 모정…야속한 화마에 스러져
입력 2013-01-27 22:43
“항상 걱정하시는 게 장애인 아들을 두고 갈 수 없다는 거였어요. …갑자기 이렇게 허망하게 가시니깐….”(유족들)
“아들 사랑이 정말 대단한 분이었다. 본인도 걸음을 잘 못 걷는데 자신이 아니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점 때문에 아들을 더 정성스럽게 돌봤다.”(이웃들)
거동이 불편한 80대 노모와 40대 장애인 아들이 화재로 모두 목숨을 잃어 유족들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세종시 소정면 고등리 이모(84)씨의 집에서 지난 26일 오전 4시47분 불이 나 주택 내부 210㎡와 가재도구 등을 태우고 2시간 20여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이씨는 방 안에서, 선천성 1급 지체장애인 아들 김모(49)씨는 거실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세종시소방본부와 세종경찰서는 27일 고령인 이씨와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김씨가 잠을 자다가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남편을 여읜 뒤 3년 전부터 자녀 7남매 중 넷째인 김씨를 홀로 시골집에서 보살펴 왔으며, 다른 자녀들이 수시로 방문해 어머니와 김씨를 정성껏 수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기초생활 수급대상자는 아니었다.
이씨는 고령으로 인해 귀가 제대로 안 들리고 거동도 불편했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다는 것이다. 김씨도 항상 밝은 표정이었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불은 이씨 집과 인접한 김모(64)씨 소유의 빈 집을 모두 태워 5000여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냈으며 집들은 낡아 거의 무너진 상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씨 집 옆의 빈 집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목격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세종=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