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소’에 묻은 모발·필체 분석 2834점 4년 만에 “모두 가짜”… 이중섭·박수근 작품 위작 논란 결론

입력 2013-01-27 18:57


2005년 한국 미술계를 흔들었던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국내 최대 위작(僞作) 논란 사건’에 대해 항소심 법원도 ‘위조품’이라 판단하고 몰수 명령을 내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그림을 의뢰해 지문·필적 감정, 물감 성분확인 시험, 머리카락 DNA 분석 등을 거쳐 4년 만에 내린 결론이다.

위작 논란에 휘말린 작품은 이중섭(1916∼1956) 1069점, 박수근(1914∼1965) 1765점 등 모두 2834점이다. 이 화백의 아들이 2005년 2월 “유품으로 물려받은 작품”이라며 서울옥션을 통해 ‘물고기와 아이’ ‘두 아이와 개구리’ 등 8점을 매물로 내놓은 게 발단이 됐다. 작품 5점이 총 9억3000만원에 팔렸는데, 미술계 안팎에서는 곧 위조품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역시 가짜로 판단하고 그림의 원소유주 김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1심 법원도 2009년 2월 김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이종언)는 ‘안목감정’ ‘과학감정’ ‘자료감정’ 등을 통해 진위를 따졌다. 국과수는 두 화백 그림의 필적을 감정한 결과 연필로 그린 위에 덧그리는 등 표준품과 같은 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박 화백 그림 9점에 대한 X선 형광분석 시험에서는 티타늄과 규소가 공통적으로 검출됐는데, 이를 주성분으로 하는 미술용 물감은 84년에야 생산됐다. 김씨 측은 이 화백 작품 ‘흰 소’에 묻어 있던 머리카락에 대해 DNA 감정도 신청했으나 이 화백의 모계 혈족을 찾지 못해 신원 확인에 실패했다. 재판부는 “이중섭·박수근이 아닌 제3자가 그린 위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김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범죄에 쓰인 작품 155점을 몰수했다. 압수된 그림 2834점은 현재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 중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