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스포츠 단체장 선거
입력 2013-01-27 19:44
요즘 한국 스포츠계가 선거 열풍으로 달아올랐다.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경기단체장 선거가 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단체장 선거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의 출마가 유독 두드러진다. 10여명이 출사표를 냈다. 예전엔 경기인들의 추대 형식으로 단체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경선까지 불사하고 있다. 정치인 입장에서 스포츠 단체장은 이름을 알리고 대접도 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해 2002년부터 연맹을 이끌어온 김병래 회장을 눌렀다. 대한배구협회장에는 현 회장인 임태희 전 새누리당 의원이 연임에 도전한 가운데 한국중고배구연맹 회장인 신장용 민주통합당 의원이 출마를 선언해 여야 전·현직 의원의 맞대결 선거가 이뤄질 예정이다.
대한야구협회장 선거에는 국회부의장인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입후보해 현 회장인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대한농구협회장 선거에는 3선 도전을 선언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 외에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수장인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 경기인 출신인 방열 건동대 총장이 후보로 나섰다. 한 해 예산만 1000억원이 넘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출마했다. 단체장 선거의 하이라이트인 대한체육회장 차기 후보에는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인사는 없지만 복수의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을 비롯해 유정복 국민생활체육회장, 탁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에리사 의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정치인이 단체장을 맡는 것에 대해 스포츠계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입법 활동과 예산 배정 등을 통해 해당 종목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비인기 종목의 경우 정치인 출신 단체장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국회의원과 단체장 겸임으로 인한 업무 공백과 전문성 결여를 우려한다. 통큰 지원으로 협회 곳간을 채워주는 재계 총수와 달리 정치인은 ‘얼굴 마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반대의 이유로 꼽힌다. 해당 종목의 발전에 열의를 갖고 노력한 정치인이 없지는 않으나 대체로 단체장을 자신의 지위 강화에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스포츠의 중립성을 지키면서 해당 종목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정치인이 아니라면 스포츠계에 오지 않길 바란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