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발견] (4) 지하철의 시계

입력 2013-01-27 19:44


열차시각표라는 것이 세상에 등장한 후 열차와 시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시간이 궁금해 시계를 보는 경우는 줄어든 것 같다. 시간을 알기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손목에는 으레 시계가 있고 열차를 타고 내리는 곳에도 시계가 높이 걸려 있다.

그중에서 지하철 2호선 신호기의 시계는 특별했다. ‘라도’라는 명품 브랜드였고 스위스라는 생산지까지 표기돼 있었다. 예전부터 시계는 값진 물건이라고 인식돼 예물로 애용되었고 정확한 기계구조를 갖고 있어 로봇의 원형이 되는 자동인형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휴고’(2011)는 파리 기차역의 시계탑 안에 있는 복잡한 기계 장치와 자동인형을 보여주면서 영화의 한 프레임과 시곗바늘의 초 단위, 열차의 출발과 도착을 톱니바퀴처럼 연결시켰다.

지금은 지하철역에서 바늘 시계가 사라지고 전광판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열차가 어디쯤 오는지, 불이 나면 어떻게 할지, 개봉영화와 상업광고까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현재 시간과 행선지만을 보여주다가 열차가 들어오면 빨간 불로 힘주어 알려주던 시절. ‘엣지’ 있는 프레임에 싸여 있는 바늘 시계와 플랩식 행선지 표식은 정보디자인의 지향점이 정확함인지 다양함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