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기 쉬운 모차르트 음악, 평생 내 마음 쏟아 부을 주제”… 2월 방한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
입력 2013-01-27 18:13
“모차르트 음악은 깨지기 쉬운 크리스털 같아요. 건반 하나를 잘 못 누르면 음악 전체가 망가집니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차갑게 엉겨 붙은 죽처럼 되고 말지요.”
우리 시대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인 포르투갈 출신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69·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또 “모차르트는 앞으로도 온 마음을 쏟아 부을 열정적인 주제”라고 끝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2월 28일과 3월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명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84)가 이끄는 런던심포니와 협연하는 피르스를 최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7세 때 모차르트 협주곡으로 첫 공개 연주회를 연 피르스는 두 차례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다. 이 중 독일 클래식 음반업체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나온 음반은 프랑스의 음반대상을 수상했다. 영국 음악잡지 ‘클래식 CD’는 이 연주에 대해 “피르스의 연주는 우아함의 규범과도 같다. 넓은 폭의 톤은 단순히 아름다운 차원을 넘어서서 모차르트 음악이 담은 진실을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피르스는 이번 내한에서 주특기인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과 베토벤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그의 내한은 1996년 이후 17년 만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를 1961년부터 27년간 지휘한 하이팅크의 내한은 무려 36년 만이며, 그라모폰지 선정 세계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4위를 기록한 런던심포니도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하이팅크와 피르스는 2006년과 2009년 영국 바비칸 센터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피르스는 “하이팅크는 리허설을 하며 많은 말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연주자들이 더 집중하면서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고 평했다.
그는 오랜만의 방한 소감에 대해 “한국 관객과의 만남은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매우 음악에 열려 있었고, 주의 깊었으며, 감정을 훌륭히 표현해냈다. 그들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르스는 음악의 힘을 믿었다. 베네수엘라 빈민층 어린이들의 오케스트라 시스템을 가리키는 ‘엘 시스테마’를 예로 들었다. 피르스는 “엘 시스테마에서 보듯, 클래식 음악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풍성하게 자라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개발도상국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브라질 바리아에서 이 같은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이면 70세.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그는 “은퇴할 거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다. 하지만 걱정은 하고 있다. 나도 내 나이를 아니까. 60년 이상이나 연주해왔다. 은퇴를 공식화하고 싶진 않다. 다만 나중에 고통 받는 어린이를 위한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