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재정·복지가 선순환 하려면

입력 2013-01-27 18:37

복지체계 설계에서 재원마련까지 늘 국민과 소통해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개최됐던 경제1분과 업무보고 겸 국정과제토론회 내용을 비공개로 논의된 부분까지 포함해 모두 공개했다. 대선 이후 공약이행 등 앞으로 추진할 국정과제에 대해 박 당선인의 발언이 공개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새 정부의 향후 국정 운영기조와 관련해 그간 박 당선인의 생각이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터라 이번 발언 공개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박 당선인은 우선 인수위에 ‘큰 그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책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즉 “(모든 정책은) 국민 삶의 질, 국민의 행복과 연결돼야” 하며, “새 정부는 국가보다 국민을 항상 중심에 둔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국민을 국가보다 중시하고 국민이 바라는 서비스 제공을 최우선시할 때 부처간 협력은 물론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문제들도 해결되리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정책을 비롯해 경제민주화, 대·중소기업 상생, 가계부채, 지하경제 양성화, 하우스·렌트푸어 등 각론에 대해서도 박 당선인은 문제의 심각성과 합당한 정책방향 등을 지적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박 당선인의 복지 철학이다. 그는 “복지가 단순히 돈을 써서 없애거나 재정건전성을 흔드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시의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나중엔 가래로도 감당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적절한 복지지원은 낭비가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으로 보면) 재정을 절약할 수 있는 길이 된다”는 박 당선인의 주장은 적확한 지적이다. 실제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사람에게는 적은 돈으로도 자활을 유도할 수 있지만 이미 바닥으로 주저앉은 이들을 제대로 된 생활인으로 끌어올리려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박 당선인이 제시하고 있는 복지공약의 소요재원 조달에 대해 여전히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의 복지공약을 위해서는 당초 예상했던 규모 이상의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있고, 더구나 정부지출 절감 및 세금수입 확대 등 지금까지 알려진 재원조달 방식이 과연 제대로 작동될 것인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공개된 논의과정에서 박 당선인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재정건전성 대책, 또 공약 실천 재원조달 대책과 관련해 “지금 여러 가지 재정추계나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얘기가 있는데 잘못하면 국민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거론하고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내용을 국민 앞에 조만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에 대해 박 당선인이 “필요재원을 세금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와 관련해서도 인수위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속도를 감안한 연차적인 재원소요 추산을 비롯해 구체적인 재원 염출계획 등을 국민 앞에 조속히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