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 가득한 동서양 미인들의 자태… 코리아나미술관·화장박물관 개관 10주년 소장전
입력 2013-01-27 17:36
‘화장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한 유상옥(80)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은 미술품 애호가다. 젊은 시절부터 서울 인사동 등 화랑가를 돌며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었다. 유물이나 그림을 구입하느라 빚에 시달리기도 했다. 50년 넘게 수집한 작품이 1만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형태의 ‘미인도’만 110여점을 모았다.
2003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미술관과 화장박물관으로 구성된 스페이스C를 지어 그렇게 모은 작품으로 테마별 전시를 열어 왔다. 올해엔 개관 10주년을 맞아 소장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미술관에서는 동서양 미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인(姿人)-근·현대 미인도’를 2월 28일까지, 화장박물관에서는 국보와 보물이 포함된 ‘명품(名品)’을 5월 31일까지 연다.
‘기품 있고 맵시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의미를 담은 ‘자인’ 전에는 미인을 소재로 한 회화, 사진, 영상 등 47점을 통해 여성의 삶을 시대적으로 살펴본다. 전시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근·현대 인물 채색화, 현대적 미감을 지닌 여성 그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미인도, 17∼18세기 서양 미인화와 20세기 감미로운 색조의 여성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 등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조선시대 마지막 어진화가였던 이당 김은호(1892∼1975)의 ‘춘향도’를 비롯해 그의 제자였던 월전 장우성(1912∼2005)의 ‘여인’, 산수화와 인물화에 능통했던 운보 김기창(1913∼2001)의 ‘미인도’, 고운 필선과 색채가 돋보인 목불 장운상(1926∼1982)의 ‘미인도’ 등이 나온다. 미인도의 발전과정과 그 속에 담긴 여인들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살펴볼 수 있다. 2부에는 서구미술을 자기만의 색깔로 받아들인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됐다. 박영선(1910∼1994)의 ‘모자상’, 최영림(1916∼1985)의 ‘여인’, 권옥연(1923∼2011)의 ‘모자를 쓴 여인’ 등 작품에서는 현대적인 기법과 감각이 엿보인다. 3부에서는 조덕현(56)의 사진 ‘순정효황후’, 고낙범(53)의 회화 ‘에리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려진 현대 여성의 이미지를 비교해본다. 4부는 서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여성들의 관능미를 트레이드마크로 삼은 프랑스 작가 마리 로랑생(1883∼1956)의 ‘세 여인’ ‘바이올린을 든 여인’ 등 10여점이 소개된다. 프랑스 장 밥티스트 상테르(1658∼1717)의 ‘목욕하는 수잔나’, 작가미상의 ‘새를 안은 여인’ 등 중세기 후반∼근세 유럽 작품들도 전시된다. 서양의 전통적인 미인은 어떤 모습인지 조명할 수 있다.
화장박물관의 ‘명품’ 전에는 백제시대 여성용 변기, 고려시대 도성을 화려하게 꾸몄던 청자기와, 조선시대 상류층 여성들이 애용했던 화각경대와 십장생 무늬가 새겨진 아기배자 등 유물 3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유 회장의 딸인 유승희 부관장은 “동서양 미인들의 모습과 이들이 사용한 화장도구 등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02-547-917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