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처럼… 나눔도 땅끝까지 전해져야죠”… 국내 NGO 통해 해외 아동결연, 나눔 실천하고 있는 후원자들

입력 2013-01-27 17:34


한국NPO(비영리민간단체)공동회의가 최근 발행한 ‘2011 한국개발복지 NPO 총람’에 의하면 한국의 일대일 해외 아동결연아동은 67만명에 이른다. 6·25전쟁 당시 해외 원조 단체로부터 우리나라 어린이 5만명이 수혜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무려 1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이 생각하는 나눔이란 무엇일까? 국내 NGO들을 통해 일대일 해외 아동결연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5명의 후원자들을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날 만난 황성철(71·전 총신대 교수), 정명애(64·부모교육 강사), 방인옥(48·사업가), 이홍석(54·다큐멘터리 감독), 김고은(47·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씨는 복음이 땅 끝까지 전해지는 것처럼 나눔도 땅 끝까지 전해지길 소망했다.

나눔은 밥이다

“저에게 나눔은 밥이라고 생각해요. 밥을 먹는 게 뭐 특별한 일은 아니잖아요. 밥은 그냥 먹는 거죠. 그러나 그 밥을 굶는다면 영양실조에 걸리고 결국 죽을 수밖에 없어요. 이처럼 나눔이 멈춘다면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는 죽어갈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저에게 나눔이란 밥입니다.”

1998년부터 굿네이버스 국내사업장 강원도아동복지센터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상처 입은 아이들을 돕고 있는 방인옥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방학이 되면 결식하는 아동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희망나눔학교 방학교실’에 10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국내 사업장인 아동복지센터 현장에 가보기 전까지는 몰랐죠. 그냥 자동이체로 월초에 빠져나가는 몇 만원인 줄 알았는데, 그 돈이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상처 입은 아이들을 위한 소중한 쉼터를 제공해주고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삐뚤빼뚤한 글씨로 아이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현재 탄자니아 미얀마 캄보디아 케냐 등 12명의 해외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소녀들이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에이즈에 감염되면 어쩌려고 하느냐고 했더니 ‘지금 당장 굶어 죽는데, 에이즈 걸리는 건 나중 일이에요’라고 말하더군요. 지금 그들을 우리가 도와야 해요.”

내가 돕지 않았다면

“방글라데시는 그냥 가난한 나라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줄만 알았죠. 그러나 나의 작은 후원금이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걸 알았어요.”

2003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2명의 방글라데시 소녀들을 후원하는 정명애씨는 지난해 남편과 후원아동들을 만나기 위해 현지를 다녀왔다. 초등학생이던 카툰 아프로자는 이제 의젓한 대학생이 되었고, 열일곱 살이 된 사르민은 월드비전 아동포럼의 대표임원으로 활동하며 학업에 충실하고 있었다. 그는 현지 방문 후 생각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통장에 후원금을 자동이체해 놓고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 것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방글라데시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온 후엔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매일 빠지지 않고 하고 있어요.”

그는 이날 두 권의 앨범을 가지고 왔다. 그동안 아이들이 보내온 사진을 성장과정에 맞게 편집해 책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마음이 담긴 앨범 선물을 방글라데시로 보내줄 거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나눔은 또 다른 사랑을 낳고

“나눔은 ‘거룩한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가정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거룩한 훈련’을 가르쳤으면 해요. 세상에서 이 일만큼 아름다운 일은 없으니까요. 저는 누군가에게 받은 사랑을 갚기 위해 나눔을 시작했어요.”

황성철씨는 1950년대 초, 세이브더칠드런 부산지부의 전신인 ‘아동보호연맹’을 통해 미국인 히스(Heath) 부인의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열 살이었던 그는 결핵성 관절염으로 인해 걸을 수 없어 부모에게 업혀 학교를 다녔다.

“제가 가장 힘들 때 히스 부인은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에게 하듯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정겹게 써 보내고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도 기억했다가 선물과 편지를 보내주었어요. 관심 가져주고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겐 큰 힘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후 건강을 되찾은 그는 어린 시절 받은 사랑을 갚고 싶었다. 96년 월드비전을 통해 콩고와 스리랑카 아동을 4년간 후원했고 이후 국내 아동을 비롯해 온두라스, 콜롬비아 아동을 9년간 후원했다. 현재는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6명의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그 사랑은 사람을 키운다

“나눔을 통해 ‘하나님의 계산법’을 알았어요. 우리가 빼고 나누면 하나님은 더하고 곱해주셔요. 11명의 해외아동을 후원하고 있지만 이들을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요.”

이홍석, 김고은씨 부부는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을 통해 2006년부터 우간다, 부르키나파소, 볼리비아, 방글라데시, 과테말라, 에콰도르 아동 11명을 후원하고 있다. 이들은 컴패션의 모든 행사 촬영 자원봉사와 번역·통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 신앙생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지 아동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열 명의 가족이 흙바닥 위에 담요 하나를 깔고 누워야 하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예수님이 좋아요’라는 신앙고백을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불평만 했던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또 작은 도움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우간다에서 컴패션 양육을 받고 성장한 존 오치엥 변호사가 ‘저는 미국 사람의 법도 아니고 우간다 사람의 법도 아닌 하나님 나라의 법으로 이 나라의 부정부패와 빈곤을 퇴치하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 사람이 만약 누군가의 도움을 못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날 모인 후원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나눔의 기쁨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