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독일의 보육제도… 부모 소득따라 보육료 차등 퍼주기 논란 없어

입력 2013-01-27 16:19

독일에서는 대기업 회장과 실직자에게 동일 액수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면서도 ‘퍼주기’ 논란이 없다. 섬세한 제도 설계 덕분이다.

독일 보육제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회적 무상보육’이다. 어린이집은 유료로 운영하되 정부가 부모에게 아동수당(첫째·둘째 자녀 월 26만원 안팎)을 지급해 이 돈으로 보육료를 충당하게 한다.

부모가 많이 벌수록 어린이집 이용료는 비싸진다. 14개 소득구간별 비용 차이가 무려 200만원이 넘는다. 만약 연봉 12만5000유로(약 1억7600만원) 이상 고소득자라면 자녀 한 명을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월 1800유로(약 254만원, 주당 45시간 이상 기준)가 든다. 반면 연봉 1만7499유로(약25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보육료가 0원. 2만7999유로(약 4000만원) 이하 서민층의 경우 월 29만원 정도를 낸다.

아동수당의 의미도 계층별로 달라진다. 어린이집을 공짜로 이용하는 저소득층에게 월 26만원 아동수당은 순수하게 자녀 복지비용이 되는 반면, 월 29만원 안팎 보육료를 부담해야 하는 이들에게 26만원은 일종의 보육료 지원금이 된다.

일하는 엄마를 위해서는 14개월까지 부모시간(한국의 육아휴직에 해당)을 준다. 육아휴직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양육도 일종의 ‘근로’라는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것이다. 일할 때 소득의 60∼70%를 보전해준다. 한때 1.25명(1995년)까지 떨어졌던 독일 출산율은 꾸준한 노력 덕에 1.4명으로 올라섰다. 이웃나라 프랑스(2.2명)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낮지만 회복세이다.

그동안 독일 정부는 3∼8세 아동 보육시설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왔다. 영아(0∼2세)는 집에서 부모, 그중에서도 엄마가 전담해서 키웠다. ‘남편이 돈 벌고 아내가 살림 하는’ 전통적 가족제도를 전제로 한 독일 보육은 최근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독일 정부는 120억 유로를 투자해 2013년까지 영아 보육시설을 확충하기로 2007년 약속했다. 개혁은 현재진행형이다.

독일 보육의 또 다른 특징은 ‘정부가 돈 대고 민간이 운영하는’ 민관 협동 방식에 있다. 전체 어린이집 2만3053개 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7081개(30%). 나머지 70%(1만5972개)는 민간시설이 점유했다. 국·공립 비중이 낮은 한국과 유사한 구조지만 민간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

한국 어린이집은 원장이 자금을 대고 운영수익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영리시설인 반면 독일 민간어린이집의 절대 다수는 종교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이다. 같은 민간시설이지만 독일에서 보육의 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적은 이유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