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큰 사람이 있습니까?

입력 2013-01-27 17:30


창세기 13장 9절

들판에서 요란하게 다투는 소리가 났습니다. 목자들이 서로 좋은 꼴을 양들에게 먹이기 위해 다투는 소리였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만을 생각하는 가운데 일어난 다툼의 현장이었습니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평화로운 들판에서 작은 것이라도 서로 나눌 수 있었을 터인데, 아쉬움을 남깁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고 늘 함께 들판에서 양떼를 치는 친구들이었기에 더욱 마음을 아프게 만듭니다.

그런데 양들은 목자들의 다투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풀만 뜯고 있습니다. 목자들의 인간성만 드러나는 부끄러운 광경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싸우는 목자들은 아브라함과 조카 롯의 목자들이었습니다. 싸워서는 안 될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가 봅니다. 아브라함과 롯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그들의 목자들로 인하여 서로 서먹한 관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롯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화목한 삶을 위해 서로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문제를 끌어안고 안에서 해결하기보다는 단순하게 문제를 피하려고 결정한 것입니다. 문제를 피해 버리면 그 순간에는 편해 보입니다.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에 남아 있는 서운함은 해결할 길이 없게 됩니다. 당시에는 힘들어도 문제의 현장에서 서로 마음을 열어놓고 해결해야 후회 없는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롯은 소돔성에서 실패한 후에 아브라함에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네 앞에 온 땅이 있지 아니하냐 나를 떠나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 아브라함의 제안에 롯은 비옥한 땅, 요단 들녘을 바라보았습니다. 롯의 입가에 미소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독립적 삶을 풍요로운 땅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은 롯에게 비옥한 땅, 요단 들녘을 양보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삭막한 들판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롯은 일시적인 행복을 좇아갔고,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좇아갔습니다. 롯은 하나님의 약속보다 눈에 보이는 세상을 좇아간 작은 사람이었고, 아브라함은 눈에 보이는 세상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바라본 큰 사람이었습니다. 현실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이 큰 사람입니다.

“현재의 고난은 장차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롬8:18)

오늘은 비록 힘들다 할지라도 내일은 행복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은 양보하는 큰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것을 먼저 선택한 자와 자신의 것을 먼저 양보하는 자의 생애는 판이한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것을 먼저 선택한 롯은 풍요로운 요단들에서 시작하였으나 소돔성에서 모든 것을 잃었고, 양보하는 큰마음을 가진 아브라함은 삭막한 광야에서 시작하였으나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양보할 줄 모르는 요즘 세상에 의미 깊은 교훈을 던져줍니다. 모두들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정치계에도 종교계에도 혼탁한 정치 싸움이 끊이지 않습니다. 남을 존중하고 양보하는 큰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뒤에서 묵묵히 헌신할 줄 아는 큰 사람이 필요한 때입니다. 사회가 변해야 합니다. 말없이 숨어 봉사하는 이들이 인정받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이 그립습니다.

최순영 목사 (두란노교회, 예장 대신 부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