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풍계리 핵실험장서 지휘통제 벙커 시설 포착”
입력 2013-01-25 22:01
북한의 핵 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지휘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벙커(bunker)’가 포착됐다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가 25일 밝혔다.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동향 분석 웹 사이트 ‘38 노스(North)’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을 찍은 최근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의 핵실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물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38 노스에 따르면 핵실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터널 입구부터 북쪽으로 약 15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지휘통제 벙커(command and control bunker)’는 핵 시설 조종 장비나 실험 결과 모니터 장비, 평양 지도부와의 통신 설비 등을 갖춘 것으로 추정됐다. 또 핵실험의 충격이 클 경우 핵실험장 내 인력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 역할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벙커는 2005년 이후에 건설 작업이 시작됐고 2009년 사진에서 핵실험장 내 근로자용 버스 3대가 위성사진에 포착되는 등 이때까지 벙커의 굴착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관측된다. 벙커 위쪽에선 환풍 시스템이나 지진계를 비롯한 모니터 장비를 설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건축물도 발견됐다.
38 노스는 굴착 흔적 등으로 미뤄 벙커의 크기가 최소한 1000평방피트(92.9㎡)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추가 시설물이 환기시스템이 맞다면 벙커 길이는 최소한 50m에 달할 것으로 계산됐다.
이와 함께 북한이 조만간 핵융합 기술로 소형화한 증폭 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을 실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아사히신문이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 등과 함께 북한이 수입한 핵 관련 물자의 동향이나 핵 관련 시설의 건설·개발 상황을 감시한 결과 북한이 한 차례 실험으로 증폭 핵분열탄을 실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증폭 핵분열탄 실험은 핵무기를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을 만큼 소형화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현재 중량이 약 5t인 나가사키형 원자폭탄급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증폭 핵분열탄 실험에 성공한다면 핵무기 무게를 기존의 3분의 1에서 4분의 1에 해당하는 1t 정도로 줄일 수 있다. 그럴 경우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위협과 관련해 ‘불필요한 도발(needlessly provocative)’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성명은 불필요한 도발”이라며 “핵실험은 유엔 제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며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도 ‘올바른 선택’을 촉구했다.
미국은 또 정부 차원에서 북한 개인 4명과 기업 2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제제 대상은 북한 단천상업은행 중국 베이징 지사 라경수 대표와 김광일 부대표, 홍콩 주재 무역회사인 ‘리더 인터내셔널’,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와 백창호 위성통제센터 소장, 장명진 서해위성발사장 총책임자다. 이들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2087호가 명시한 제재 대상 중 일부다.
이성규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