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광개토대왕비 연구에 中 동북공정 학자 참여… 고구려사 왜곡에 활용 우려
입력 2013-01-25 19:34
중국이 지난해 7월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에서 발견된 고구려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동북공정(東北工程)에 참여한 학자들을 포함시킨 것으로 25일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고구려사 귀속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간 이견이 다시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은 고구려가 중국 역사에 속한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근거로 새 고구려비 연구 결과를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국가문물국이 발행하는 중국문물보는 이미 “고구려와 ‘중원’과의 연계성이 밝혀진 것”을 고구려비 발견의 중요 의의로 평가했다. 중국문물보는 “비석 형태가 동한시대 이래로 널리 쓰인 판상형을 띠었다”며 “이는 고구려와 중원과의 문화적 연결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고구려비 연구팀에는 웨이춘청(魏存成) 지린대 교수, 겅톄화(耿鐵華) 퉁화(通化)사범학원 교수, 지린성 문학·역사연구관 직원 장푸유(張福有), 쉬젠신(徐建新) 중국사회과학원 지도교수, 쑨런제(孫仁杰) 전 지안시 박물관장, 왕즈민(王志敏) 지린성 문화재 감정위원회 위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웨이 교수와 겅 교수는 동북공정에 참여한 대표적 학자다. 웨이 교수는 고구려 및 발해사, 위진(魏晋)·수당(隋唐) 전문가로 동북공정 전문가위원회에 참여했다.
‘고구려사 귀속 문제에 관한 연구’를 펴낸 겅 교수는 중국 내에서 고구려사 분야의 독보적 학자로 꼽힌다. 그는 2007년 학술지 퉁화학회보에 기고한 ‘고구려 문화 유산과 보호 및 계승’이라는 논문에서 “고구려는 동북 지방의 소수 민족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지안시 마셴(麻線)향 마셴(麻線)촌에서 발견된 고구려비는 5월 1일부터 지안시 고구려박물관 신관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 비석은 ‘제2광개토대왕비’라는 평가 속에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안시 고구려박물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고구려비는 새로 건축한 고구려박물관 내에 보관돼 있다”며 “박물관 신관이 문을 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안시 고구려박물관은 정식 명칭이 ‘지안시 고구려문물전시중심’으로 기존 박물관이 너무 오래돼 이곳으로부터 1㎞ 가량 떨어진 위치에 새 박물관이 세워졌다. 이에 따라 구 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고구려 문물은 모두 신관으로 옮겨졌으며 구관은 이미 폐쇄됐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연합뉴스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