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太지역 군사력 강화 필요있나”…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 美입장과 다른 시각 주목

입력 2013-01-25 19:21

존 케리 차기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한다는 미 정부의 방침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케리 지명자는 24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아·태 지역에 대한) 군사력 증강이 매우 중요한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동북아 영토 갈등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군사력을 늘릴 수 있겠느냐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군사력을 (아·태 지역)에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뭘 하고 있는가. 우리를 포위하려 하는가’라고 묻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미 정부가 그동안 아시아 역내 군사력 강화를 추진해 온 것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해석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케리 지명자는 또 군사 개입보다는 정통적인 ‘외교’를 통해 국제문제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미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이집트,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경제개발 지원과 원조 등을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란 문제와 관련,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기존의 경제제재는 물론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란과 가능한 협상 내용을 세부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철저한 핵사찰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저농축우라늄(LEU) 생산은 허용하는 안을 지지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케리 지명자는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말했다. 모두발언에선 “미국 외교정책은 북한 강제수용소(gulags) 수감자들과 피난민, 추방자, 인신매매 희생자들을 대변하는 것으로도 정의될 수 있다”며 북한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의 인권문제가 주요 현안 중 하나임을 지적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청문회는 정당을 막론하고 동료 의원들의 칭찬과 덕담 속에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밥 코커 상원의원은 케리가 적임자라고 치켜세웠고,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민주)도 “(케리를) 이 자리에 모시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원의원은 질의 도중 그의 인준을 확신한다고 발언했다. 케리는 이 자리에서 “내 평생 이렇게 훌륭한 공무원들을 본 적이 없다”고 국무부 직원들을 칭찬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