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카톡언니, 밤엔 남자친구… 한 남자의 1인2역 사기극
입력 2013-01-25 19:51
인천에 사는 20대 여성이 1인2역을 한 남성에게 속아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A씨(26·여)는 지난해 11월 중순 휴대전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여의사를 알게 돼 틈날 때마다 쪽지를 주고받았다. A씨는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한다’는 여의사를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따르게 됐고, 카카오톡을 이용해 매일같이 일상을 공유했다.
어느 날 A씨는 이 여의사로부터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남자 의사를 소개받았다.
같은 달 28일 인천의 한 호프집에서 단둘이 만난 그들은 곧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행복한 것도 잠시, 남자는 사흘도 안 돼 돈타령을 시작했다. 박사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려 교수들에게 접대를 해야 한다며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이후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10여 차례에 걸쳐 300여만원을 빌려갔다. 곧 갚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A씨는 여의사 언니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했다. 언니는 이상하게도 카톡으로만 대화할 뿐 전화는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A씨는 결혼을 약속하고 임신까지 하게 됐다. 지난해 마지막 날 임신 사실을 알리자 남자는 기뻐했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새해 첫날부터 남자는 연락이 끊겼고, 여의사도 카카오톡에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함께 근무한다던 병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그런 의사는 없다’는 황당한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사귀던 남자가 통신회사의 ‘투넘버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을 감쪽같이 속인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A씨는 “남자는 병원 일을 핑계로 오후 6시 이전에는 거의 연락이 안 됐고 낮에는 주로 언니와 메시지로만 대화를 나눴다”며 “알고 보니 1인2역을 한 거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