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당선인, 인수위 보고때 부처 이기주의 강한 질타 왜
입력 2013-01-25 21:56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첫 분과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부의 부처 이기주의를 비판하며 공무원 군기잡기에 나섰다.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됐던 행정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제기된 부처 이기주의 논란에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측근들을 통해 ‘격노’ ‘불편’ 정도로만 알려졌던 심기가 확인된 것이다. 박 당선인의 발언은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공약 이행에 소극적인 부처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라는 강한 주문이다.
박 당선인은 국정과제 및 공약 이행 방안의 구체화 작업에 들어간 인수위에도 분과별 협조 체제를 긴밀하게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박 당선인은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경제1분과 업무보고에서 “옛말에 처음에는 털끝만한 차이인데 나중에는 천리만큼 차이난다는 얘기가 있다. 새 정부가 초지일관 의지로 실천해 나가려면 인수위가 정책의 틀을 잘 잡아야 한다. 세부적인 얘기를 하기에 앞서 항상 큰 그림을 놓치고 있지 않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당선인은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나 철학, 기조가 뭔지 항상 마음속에 둬야 목적에 부합하게 일을 해 나갈 수 있다”며 선도형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경제민주화 실현, ‘손톱 밑 가시’ 제거 등 평소 지론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아울러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과별 업무보고는 당초 인수위 측에서 준비했던 서면 방식이 아니라 박 당선인이 직접 참석하는 토론회로 진행됐다. 직접 국정과제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토론회는 류성걸 경제1분과 간사가 정부 업무보고 내용을 토대로 분과 의견을 더해 당선인에게 보고한 뒤 그 자리에서 조율하고 대안을 찾는 식으로 진행됐다. 당선인은 보고 중간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질문을 수차례 던지기도 했다. 30일까지 진행되는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주요 대선공약 실행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게 된다.
논의는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조달에 집중됐다. 인수위와 현 정부는 복지 공약을 중심으로 이견을 보이며 충돌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현실성이나 예산을 따지지 말고, 공약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수위가 “증세는 없다”고 강조한 만큼 정부는 세출을 구조조정하고 탈루세금을 잡는 등 세원을 최대한 쥐어짜는 방법을 일단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적용 대상 세분화, 이행 시기 조정으로 큰 틀을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공약을 미세하게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총리실과 청와대 후속 조직개편을 마친 박 당선인은 조각(組閣)과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대통령의 인사권까지 보좌하면서 막강한 힘을 쥐게 된 비서실장 인선에 관심이 집중된다. 당선인의 정치적 측근이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