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님, 가뭄 해결 감사합니다”… 세종청사에 떡 돌린 동장님

입력 2013-01-25 19:00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쳤던 지난 16일 한 민원인이 정부세종청사를 찾았다. 그의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 상자가 들려 있었다. 그는 “김황식 국무총리께 꼭 전달해야 한다”며 떡 상자를 내려놨다.

민원인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의 이영구 동장이었다. 이 동장은 “총리께서 지난해 찾아주신 이후에 천수답으로 하늘만 바라봤던 지역 사정이 확 바뀌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난해 6월 엄청난 가뭄으로 고심하던 시기 김 총리는 피해가 극심했던 남양동 지역을 방문했다. 천수답이었던 지역은 뚜렷한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 동장 등 지역민들은 “가뭄 때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논에 물을 대려면 관정이라도 해야 할 텐데…”라며 총리에게 하소연했고 총리는 동행한 농림수산식품부 간부들에게 “해결방안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농식품부는 지역민들과 의논한 끝에 4곳을 선정, 관정을 뚫기로 했다. 관정을 뚫어도 농업용수를 댈 정도의 수맥을 찾을 확률은 30% 정도여서 4곳 중 한 곳만이라도 물이 나와 줬으면 하는 기대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4곳의 관정에선 모두 물이 쏟아졌고, 유사 이래 천수답이었던 이 지역은 가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농촌이 됐다.

가뭄을 딛고 어렵사리 쌀을 수확한 남양동 주민들은 이 쌀로 떡을 빚어 총리께 고마움을 표현하자고 결정했고, 이 동장이 정부세종청사를 찾은 것이다. “택배로 보내시지 고생스럽게 여기까지 찾아 오셨냐”는 총리실 직원의 말에 이 동장은 “고마움을 전해 드리려는 건데 자칫 떡이 쉴까봐 직접 왔다”고 답했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