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60년 사상 첫 여성 함장 고유미 경정 “거친 파도·거센 편견도 싸워 이겼어요”
입력 2013-01-25 19:01
“‘여자가 무슨 함정 근무냐’는 등의 편견을 이겨내며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독도를 지키는 경비함의 함장으로서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할 겁니다.”
해양경찰 창설 60년 만에 첫 여성 함장에 임명된 고유미(34·사진) 경정은 25일 새 임무에 대한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해양경찰청 홍보2팀장으로 근무 중인 고 경정은 오는 27일 동해해양경찰서 1513함의 함장으로 부임한다. 1513함은 해양경찰관과 전경 등 50명이 근무하는 1500t급 경비함으로, 해경 최대 경비함 삼봉호(5000t급)와 함께 교대로 독도 경비를 담당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고 경정은 수석으로 입학한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한 후 2002년 해양경찰관이 됐다. 부산시 영도구 언덕의 자그마한 집에서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해경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고 경정은 임관 후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2003년에는 여경으로는 최초로 경비함 근무를 시작해 화제가 됐다. 금녀(禁女)의 공간이던 경비함에서 여경이 근무하게 되자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별도의 침실이 등장하는 등 경비함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고 경정은 경비함 근무 초기만 해도 ‘여자가 무슨 배를 타느냐’라는 편견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경비함을 집어삼킬 듯한 거친 파도에 남몰래 토하기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3개월간의 시범 선상근무를 마친 고 경정은 5년 뒤인 2008년에는 부산해경 1503함의 부함장을 맡았다. 여성으로서는 역시 최초였다. 하지만 그는 항해·갑판·병기·구난 업무 등 함정 운영 전반에 걸친 업무를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꼼꼼히 처리하며 신뢰를 쌓아갔다.
고 경정은 경사 특채로 해경이 된 지 11년 만에 경정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심사가 아닌 시험만으로 3계급을 승진, 여성 해양경찰관 중 가장 높은 계급에 올랐다.
고 경정은 “경비함은 수사·오염방제·수색구조 등의 업무를 모두 처리하기 때문에 ‘바다 위의 경찰서’라고 생각한다”며 “승조원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바다 안전망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