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영혼의 무게

입력 2013-01-25 16:57

BC 3세기 알렉산드리아의 의사 헤로필로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과학지식을 위해 인간의 사체를 해부한 사람이다. 특히 죄수 수백명을 산 채로 해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그가 찾고자 한 것은 다름 아닌 영혼이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이었다. 수많은 해부 끝에 그가 지목한 곳은 뇌 속에 있는 네 개의 뇌실 중 네 번째 방이었다.

근대철학자 데카르트도 영혼을 찾기 위해 시체를 해부한 적이 있다. 그는 뇌척수액으로 채워져 있는 공간의 중심에 위치한 콩알만한 크기의 송과선에 영혼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뇌 안팎으로 드나드는 증기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위치이며, 뇌 속에서 쌍으로 존재하지 않는 기관 중 하나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미국의 던컨 맥두걸이라는 의사는 영혼의 존재를 좀 특이한 방법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상태가 매우 나쁜 결핵환자의 곁을 지키고 있다가 환자가 죽는 순간 특별히 개조한 침대 아래쪽의 저울로 무게 차이를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물건의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로 비물질적이며 비가시적인 영혼의 무게를 재려는 색다른 시도였던 셈이다. 어쨌든 그는 이 방법을 사용해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고 밝혔다.

맥두걸이 당시 사용한 저울의 정밀도가 낮았고 실험결과 간에도 오차가 많아 믿기엔 무리가 있는 실험방법이었다. 하지만 열역학 제1법칙에 의하면 인간이 죽은 후에도 영혼의 에너지는 보존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1피코그램(pg·1조분의 1g) 단위까지 측정 가능한 기술로 특수장치를 만들 경우 좀 더 정확한 무게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사실 영혼의 무게를 저울로 재는 아이디어는 매우 오래전부터 있었다. ‘사이코스타시아’가 바로 그것이다. ‘영혼의 무게 재기’를 뜻하는 사이코스타시아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 장례문서의 일종인 ‘사자의 서’이다. 그에 의하면 천칭의 왼쪽에는 죽은 이의 심장(영혼을 상징)을, 오른쪽에는 타조 깃털을 올려놓은 후 둘의 무게가 같아 평행을 이루어야 망자가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영혼이 더 무거울 경우 생전에 죄가 많은 것으로 판단해 아뮤트 신이 심장을 먹어버린다는 것.

그런데 중세 교회로 내려오면서 사이코스타시아의 기준이 좀 바뀌었다. 선행을 많이 쌓은 영혼일수록 그 무게가 무거워진다는 것. 과연 영혼은 죄를 많이 지을수록 무게가 더 나갈까 아니면 선행을 많이 할수록 무게가 더 나갈까.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