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광개토왕비 고구려 예서체” 세련된 중국서체와 달리 호방하고 질박

입력 2013-01-24 21:26

최근 국내에 알려진 ‘제2의 광개토왕비’의 서체가 독특한 고구려시대의 예서체라는 분석이 나왔다. 비석 형태로 봐서는 광개토왕비보다는 조성 시기가 앞섰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구려비가 발견된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마셴(麻線)향 마셴촌 현장을 돌아보고 온 동북아역사재단의 고광의 박사를 23일 전화 인터뷰했다. 고구려 전문가인 고 박사는 “비석 글씨는 예서체로 돼 있는데, 중국 한(漢)대의 전형적인 예서체가 아니라 독특한 고구려 예서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교하고 세련된 중국 서체와는 확연히 다른 호방하면서도 질박한 광개토왕비의 서체와 유사해 고구려가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서체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도 독자성을 유지해 갔다는 사실을 이 고구려비가 뒷받침해준다”고 말했다. 고구려 서체의 발전 과정, 한·중 간 문자 교류 양상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석 형태와 관련해선 “광개토왕비가 석주형(사각기둥 모양)인 것과 달리 납작한 판상형으로 특히 머리부분이 삼각형으로 마무리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난 머리 판상형’ 비석은 중국 한대와 위진남북조 시대에 크게 유행한 것으로 관구검기공비(고구려를 침공했던 위나라 장군 관구검의 공적을 기록한 비석·245년)가 대표적인 예다.

고 박사는 “형태로만 봐서는 광개토왕비(414년)에 비해 조성 시기가 다소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비석의 정확한 건립 시점은 비석 글씨를 판독해야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개토대왕비의 축소판인 이 고구려비는 지난해 7월 발견됐다. 중국 국가문물국이 발행하는 ‘중국문물보’가 이달 초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