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아베노믹스’ 맹공

입력 2013-01-25 00:18

일본의 노골적인 엔화 끌어내리기가 전 세계에서 비판받고 있다. 신흥시장의 환투기까지 불러오면서 혼란도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2일 “일본이 돈 찍기 과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위험하다”면서 이것이 “통화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돈 찍기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인플레이션 2% 목표치 달성을 통해 엔화를 찍어서라도 돈을 풀겠다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비꼰 것이다. 아베노믹스를 용인하기 힘들다는 중국의 분위기가 읽힌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23일(현지시간) 개막된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엔화 문제가 성토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4일 “당장 지금 일본에 대한 걱정이 없지 않음을 인정한다”며 “주요20개국(G20) 국가들 간 이견으로 인해 정치적 외압과 환율 개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도 우리의 정책 수정 요구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면서 일본에 이 문제를 제기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해 G20 정상이 직접 비판하고 나선 것은 처음으로 다음달 G20 회동에서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화가치 하락으로 특히 한국의 원화가 지난해 이후 26% 상승했다”며 긴급한 상황에 처한 한국이 이 같은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총재를 지낸 악셀 베버 UBS 회장도 엔화가치를 끌어내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책에 대해 “후손을 희생시켜 지금 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재무장관과 현 중앙은행장, 집권 기민당 중진도 앞서 아베노믹스를 강력히 비판했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는 중남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수출이 5% 줄었고,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자산가들은 엔저를 이용해 해외 단기금융 투자에 나섰다. JP모건은 “일본의 신흥시장 투자신탁금이 지난 가을 이후 40억 달러 증가했다”며 “와타나베 부인이 올해 더욱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와타나베 부인은 엔화가치 하락에 편승한 환투기 자금을 의미한다. 특히 터키 리라화로 이동한 일본 환투기 자금이 35억 달러에 이른다고 바클레이스는 전했다. 와타나베 부인이 터키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로 현금을 옮기면서 이들 나라의 화폐가치가 더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