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낙마 수순’ 밟나… 朴 당선인측조차 부정적 기류, 자진사퇴 유도 분위기
입력 2013-01-24 19:38
24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됨에 따라 국회 표결을 통한 인준이 어려워졌다. 민주통합당은 “지금이라도 자진사퇴하라”며 막판 공세를 펼쳤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 후보자 본인의 결자해지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당에서는 사실상 낙마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초 여야는 오전 11시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30분 전 여야 간사 회동을 거치며 회의 자체가 결렬됐다. 보고서에 ‘부적격’을 달자는 민주당 요구에 새누리당이 ‘적격’ 의견이 많기에 그럴 순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지금까지 71건의 청문회에서 자진사퇴 4건을 제외하면 예외 없이 보고서가 채택됐다. 그런데 민주당이 13년간의 관행을 깨뜨렸다. 의회주의를 무시하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여당은 인사를 둘러싼 내부의 신·구 권력 간 갈등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려 한다”고 맞받았다.
새누리당 특위위원들이 겉으론 ‘적격’ 의견을 내세우면서 보고서 채택을 강행하지 않은 것을 놓고, 우회적으로 이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 현실적으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특위 결렬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리며 탈출 전략을 쓴 것으로도 보인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도 사실상 이 후보자를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치려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야 하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강창희 국회의장부터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새누리당도 “인사 안건을 직권 상정한 전례가 없다. 여야 간 대화를 통해 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명동의안이 상정되더라도 새누리당 내부의 반대 기류가 적지 않아 부결될 수 있는 만큼 직권상정은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다.
박 당선인 측에서조차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바람직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계속해서 서로 각을 세우면 향후 총리 후보자 인준과 장관 후보자 청문회 과정도 가시밭길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횡령 의혹에 법적 고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헌재소장 부재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