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총리후보 지명] 非영남·소수자 배려한 통합형… ‘책임총리제’와는 거리
입력 2013-01-24 21:54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함으로써 새 정부의 내각은 경제부총리와 주요 컨트롤타워 수장들이 실질적으로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원로인 김 총리 지명자는 법치 확립과 국정 조정자 역할에 충실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컨트롤타워가 국정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김 후보자를 가리켜 ‘법치와 원칙을 바로 세울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가 여러 면에서 질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정운영이나 사회적 현안 처리를 통해 법치주의를 적극 실현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후보자가 2급 지체장애인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 배려나 사회통합 노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김용준 카드’는 박 당선인이 대선에서 공약한 ‘책임총리제’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자는 평생을 법관으로 살아왔고, 국정 경험이 없다. 정치와도 인연이 전혀 없다가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대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박 당선인에 의해 영입됐다. 행정과 정무에 밝지 않아 책임총리로서 국정 전반을 주도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제 분야도 전문성이 없어 경제부총리에게 전권(全權)이 주어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또 그가 공동선대위원장과 인수위원장을 맡으면서 보여준 ‘조용한 스타일’로 볼 때 박 당선인과 호흡이 잘 맞을지는 몰라도 소신 있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벌써부터 박 당선인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밀봉 총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박 당선인은 총리에게 비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국정 조율을 맡기고 경제는 경제부총리가, 안보 및 복지 등은 해당 컨트롤타워 수장에게 맡기는 ‘책임과 권한의 분할’을 차기 정부 운용 기조로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책임총리제보다는 책임장관제가 박 당선인의 구상인 셈이다.
특히 컨트롤타워형 책임장관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지난 7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정부부처의 전문성과 함께 부처 간 소통을 강조하며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정부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교·안보 분야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맡고, 복지 분야는 사회보장위원회가 맡는 식이다. 거대 부처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컨트롤타워급 기구가 될 수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