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총리후보 지명] “아! 등잔 밑이 어두웠다” 기자들 탄식… 조윤선 “30초 먼저 알았다”
입력 2013-01-24 19:40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24일 김용준 총리 후보자 지명은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다. 발표를 불과 4시간 앞둔 오전 10시에야 기자들에게 전격 통보됐고 내용도 언론의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특히 박 당선인이 후보자를 직접 발표함에 따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선 ‘국가원수급’ 경호가 펼쳐졌다. 발표 1시간 전 회견장엔 금속탐지기와 폭발물탐지견이 동원됐다. 경호원들은 기자들을 모두 바깥으로 내보낸 뒤 좌석이 배정된 172명의 기자 이름과 얼굴이 일치하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이 때문에 회견장에 입장하기 위해 기자들이 탐지기 앞에 50m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당선인 비서실 관계자는 “출입기자만 해도 1000명에 가까워 안전에 필요한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경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며칠 전 있었던 괴한의 기자회견장 출현도 경호 강화의 배경이 됐다.
인선 내용은 경호보다 더 철저한 보안 베일에 가려졌다. 발표 직전 인수위원장인 김 후보자가 박 당선인보다 먼저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취재진은 그를 총리 후보자로 예상하지 못했다. 박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는 인수위원장을 맡고 계시는 분”이라고 발표하자 회견장에는 “아∼”하는 탄식과 함께 “등잔 밑이 어두웠다”는 ‘자책’이 쏟아졌다.
김 후보자는 약한 청력 탓에 기자들과의 소통에 애를 먹었다. 특히 “요지가 뭐죠?”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는 등 무성의한 답변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등이 인수위를 방문해 김 후보자에게 국회 인사청문 준비 계획을 보고했다.
김 후보자 내정은 꽤 오래 전 결정됐지만 발표 직전까지도 보안은 완벽하게 유지됐다. 비서실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15일 정부조직 개편보다 훨씬 전에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도 박 당선인의 보안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선인이 인사 대상자의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를 본 조윤선 대변인은 ‘언제 알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여러분보다 30초 먼저 알았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인선에서도 법조인을 중용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재확인됐다. 김 후보자를 공동선대위원장과 인수위원장에 이어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과 안대희 전 대법관을 삼고초려해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당선인의 한 측근은 “당선인이 법과 원칙, 헌법적 가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직군보다 법조계 인사들이 더 많이 발탁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