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포기 파장] 北 핵실험, 탄두 소형화 능력 보여줄 HEU 방식 유력

입력 2013-01-24 19:32

북한이 24일 미국을 상대로 노골적인 핵실험 위협을 이어가면서 국방위원회가 언급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높은 수준의 핵실험은 우선 1·2차 실험 때의 플루토늄이 아닌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일 것으로 추정된다. HEU 방식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 능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군사전문가들은 지난 두 차례의 핵실험보다 폭발력이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6년 1차 핵실험은 지진규모 3.9에 폭발에너지는 1킬로톤(㏏)이었고 2009년 2차 때는 규모 4.4에 폭발에너지는 2∼6㏏으로 추정됐다. 킬로톤은 TNT 폭약 1000t의 폭발력을 의미한다. 한 전문가는 “이번에는 적어도 10㏏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폭발력을 높이거나 핵탄두를 소형화하기 위해 한 번에 여러 개를 실험할 수도 있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해발 2205m)에 굴착한 2개의 수평 갱도 속에 여러 개의 추가 갱도를 만들어 동시 다발적으로 터뜨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이 높은 수준을 언급한 것은 핵폭탄에 이어 수소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이번에 HEU를 사용한 핵실험이 성공할 경우 이를 토대로 수소폭탄 제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남겨놓고 국제사회를 자극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4월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에 등장했던 중장거리 미사일 ‘KN-08’을 시험 발사해 ‘또 다른’ 능력을 과시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3차 핵실험이 며칠 새 급박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은 아직 공식적으로 핵실험을 예고하지 않았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현 시점에서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긴박한 징후는 보이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아직 북·미 대화의 미련을 놓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국방위 성명에서 “미국을 겨냥한” 핵실험이라고 언급했다. 믿었던 중국마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찬성표를 던진 것에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중국의 중재자 역할은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남한 정부가 정권 이양기인 점을 감안하면 현 북핵 위기의 출구는 북·미 대화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북한이 이를 모를 리 없고, 국방위 성명에서 유독 미국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성규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