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중앙대 ‘1+3 전형’ 혼란 알고보니 2009년 규제조항 삭제… 교과부 자충수
입력 2013-01-25 00:43
교육과학기술부가 폐쇄명령을 내린 한국외대와 중앙대의 ‘1+3 국제전형’ 혼란은 교과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1+3 전형을 단속할 근거 법령을 스스로 없앤 뒤 이 전형이 확산될 때까지 뒷짐만 지고 있다가 뒤늦게 무리하게 행정력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25일부터 1+3 국제전형을 둘러싼 법원 재판이 시작되지만 교과부가 승소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교과부 관계자는 24일 “소송 준비를 충실히 하고 있지만 승소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소송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법을 개정해 이러한 불법 전형이 다시 생겨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교과부의 폐쇄명령에 제동을 건 직후만 하더라도 “본안 소송에서 뒤집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릐어설픈 대학 자율화가 부른 화=교과부가 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유는 2009년 없어진 규정 때문이다.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의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관한 규정’이라는 교과부령에는 외국 대학과의 변칙적인 공동운영 과정을 막는 조항이 담겨 있었지만 현 정부의 대학 자율화 바람에 삭제됐다. 외국 대학과 학위를 공동운영하기 위해서는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이 규정이 없어졌다. 대학들이 정부 승인을 얻지 않고도 1+3, 2+2 전형 등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터준 셈이다. 지난 3~4년 동안 교과부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난해 초에도 교과부는 실태조사를 위해 대학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규정 미비로 거부당했다.
대신 교과부는 대학들을 설득·압박하기 위해 외국교육기관특별법, 평생교육법 같은 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교과부는 ‘외국 교육기관이 마음대로 국내에서 학생 선발을 하지 못하도록 한 외국교육기관특별법 등에 따르면 1+3 전형은 불법 교육과정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1+3 전형이 허위 과장광고를 통해 학생들을 모집했다는 점도 들고 있다. 하지만 딱 들어맞는 규제 조항을 스스로 없애놓고 다른 법령으로 싸우려니 승소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릐대입 제도를 흔든 대학·유학원의 상혼=교과부가 제동을 걸기 전까지 전국 17개 대학에서 유사한 전형이 운영됐다. 또 교과부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1+3 국제전형을 도입하지 않았던 국내 유명 사립대와 국립대까지도 이 전형에 뛰어들 계획을 갖고 있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지만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3 전형이 매력적인 이유는 돈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정원 외 학생으로부터 등록금 수입을 챙긴다. 등록금 인하 압박을 받는 와중에 ‘가뭄 속 단비’다. 외국 대학도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쳐 학생을 공급해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유학원들이 마치 대학의 정규 입학생을 뽑는 것처럼 광고해도 별달리 제지하지 않았다. 심지어 유학원들이 대학 건물 내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학생을 모집하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정규 입학생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특히 교과부를 애먹인 건 전직 외교관 출신이 대표로 있는 K유학원. 교과부는 이 유학원이 교과부령이 폐지된 뒤 ‘학생→유학원→외국대학’의 과정에 국내 유명 대학을 끌어들여 대입 정책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주장한다. 유학원은 학생들을 국내외 대학들과 연결해주는 대가로 수익을 올린다. K유학원은 학생 1인당 2만4000달러 정도를 받아 매년 60억~70억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중앙대와 외대는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대학이다. 인지도를 활용해 정원 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내에서 학원 영업을 했다”면서 “대입 제도 전반을 교란하는 전형을 운영했으므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