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종합과세 강화 앞두고 투자 열풍 ‘물가채’… 물가 뛸수록 수익↑, 2015년부터 비과세 매력 사라져
입력 2013-01-24 19:19
선진국 양적 완화에 따른 물가 상승 기대감과 절세 효과를 등에 업고 물가연동국고채(물가채)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이미 개인투자자 비중은 최대 30%를 넘어섰다. 물가채는 물가가 오를수록 돈을 버는 상품이지만 물가 하락·정체기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가0150-2106’의 물량(상장잔액)은 4조8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35.4%(1조7000억원)를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 ‘물가0150-2106’은 2011년 6월 발행돼 10년 뒤인 2021년 6월이 만기다. 이 물가채는 전체 3종류인 물가채의 상장잔액 7조6000억원 중 63.2%를 차지할 뿐더러 거래도 가장 활발하다.
물가채 상장잔액은 2011년 3분기 3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7조6000억원으로 1년여 만에 94.9% 늘었다. 이 기간 개인투자 비중도 18.0%에서 27.5%로 늘었다.
물가채는 물가가 오르면 원금도 늘어나는 인플레이션 헤지(방어) 상품이다. 보통 금융상품은 수익이 나도 물가 인상폭이 더 크면 사실상 손해를 본다. 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물가채는 원금이 물가와 같은 비율로 늘어나고 이자도 붙는다. 물가와 함께 달라지는 원금은 만기에 돌려받고 이자는 반년마다 지급된다.
물가채는 이자에만 세금을 물린다. 물가 상승 때 함께 늘어난 원금은 고스란히 투자자가 갖는다. 상품 구조상 이자보다 원금 수익이 크기 때문에 이자와 배당만 합산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분리과세를 신청하면 이자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올해 발행되는 물가채부터는 3년 이상 보유해야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다. 2015년부터는 원금 증가분에도 세금을 매겨 지금 같은 비과세 매력은 대부분 사라진다.
물가채는 국채여서 물가가 내려가도 정부가 액면가격을 보장하고 이자도 쳐준다. 하지만 채권에 적힌 표면금리가 연 1.5%와 2.75%로 낮아 물가 하락 때엔 상대적 손실이 발생한다. 다른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못하기 때문이다.
액면가보다 비싼 가격에 샀어도 손해를 본다. 정부는 액면가까지만 책임지기 때문이다. 물가채는 수요가 늘면 몸값이 올라 비싸게 거래된다. 비쌀 때 사서 물가가 떨어지면 손해를 보는 것이다. 2010년 6월 이전 발행된 ‘물가0275-1703’은 액면가도 보장이 안 된다.
물가 인상률이 낮아 수익을 내기 어려울 땐 중도에 팔아 매매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물가가 낮을 땐 물가 인상 기대감이 커져 물가채를 찾는 사람이 늘고 가격도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물가채는 지난해 4월부터 개인 투자자도 직접 살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졌다. 국고채 딜러 증권사에 계좌를 열고 대신 사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전체 발행액의 20%가 개인에게 우선 배정되고 최소 응찰 금액은 10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아졌다.
최근에는 미국 영국 등 각국에서도 물가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정도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세계적 저성장 상황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쉽지 않다는 반론이 있지만 선진국의 유동성 확대가 결국 신흥국은 물론 세계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