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캐머런 총리 “EU 탈퇴 국민투표”… EU 지도자들, 한목소리 맹비난
입력 2013-01-24 22:05
‘정신분열증’ ‘불장난’ ‘체리피커(cherry-picker)’.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향해 유럽연합(EU)의 지도자들이 23일 하루 동안 쏟아낸 비난이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전국에 생중계된 특별연설에서 “거대한 EU 조직이 글로벌 시대에 회원국들의 경쟁력을 저해한다”며 “다음 선거 이후에도 보수당이 집권하면 2017년 내에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의 총선은 2015년에 예정돼 있다.
여론조사에선 EU 탈퇴를 원하는 영국인이 58%를 넘는 상황이다. EU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회원국의 은행을 공동 감독하고 재정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선진국인 영국은 EU의 규제가 경쟁력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영국에선 1년 이상 ‘브릭시트(british+exit)’, 즉 영국의 EU 탈퇴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이에 종지부를 찍는 차원에서 캐머런이 이른바 인아웃(in-out) 국민투표를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캐머런의 연설 직후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실속만 차리는 체리 줍기는 선택이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프랑스의 로랑 파비우스 장관도 “축구 클럽에서 럭비를 하자고 하는 셈”이라며 “EU를 떠나려 한다면 레드 카펫을 깔아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장난’이라거나 ‘정신분열증’이라는 비난도 이어졌고, 연정 파트너인 영국 자민당조차 우려를 나타냈다.
반발을 의식한 듯 캐머런은 24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EU에 등을 돌리려는 것이 아니다”며 “더욱 경쟁력 있고 열린, 유연한 유럽을 만들고 그 안에 영국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야당인 노동당의 지지율이 보수당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아 캐머런의 재집권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