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힐러리… 美 2016년 대선때 돌아올까
입력 2013-01-24 21:30
2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청문회장. 녹색 상의에 굵은 뿔테 안경을 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차분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았다.
그가 오전과 오후 상·하원 외교관계위원회에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9월 리비아 벵가지에서 발생한 미 영사관 습격사건 때문.
마지막 의회 출석인 그는 여장부답게 “벵가지 사태는 진공상태에서 벌어진 게 아니다”라며 “책임을 인정하겠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알제리 가스전 인질사태도 언급하며 이슬람 무장세력의 발호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비교적 차분하게 대답하던 그는 의원들의 공세가 계속되자 감정에 복받친 목소리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나도 성조기가 덮인 스티븐슨 대사의 관이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유가족과 아픔을 나눴다”고 말했다. 눈에는 눈물도 고였다.
공화당 의원들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은 자신이 대통령일 경우를 가정하면서 “당신이 외교전문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을 알았다면 경질했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클린턴 장관은 한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미국인 4명이 숨진 것이 시위 때문이건 산책 나왔다가 미국인을 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 때문이건 그걸 따지는 게 그렇게 중요하느냐. 사건을 파악하고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린턴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존 케리 상원의원은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무장관으로서 마지막 공식 임무 수행은 사실상 청문회로 일단락됐다.
지구촌 외교무대를 호령해온 클린턴은 4년 재임 동안 112개국을 돌아다니며 미국 외교정책의 지평을 넓혔다. 지난해 6월 핀란드 방문으로 기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최다 방문국(98개국) 기록을 깼다. 지난해엔 대선 운동으로 바쁜 오바마를 대신해 5대양을 건너다니며 ‘여제’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독재의 나라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의원과의 만남은 민주주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키는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위염과 뇌혈전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본 지지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외도를 지켜봐야 하는 고통을 겪었고 상원의원으로 왕성한 의정활동을 하는 등 워싱턴과 20년 가까이 연을 맺어온 힐러리 클린턴. 청문회를 끝으로 국무부를 떠나지만 정치무대를 영원히 떠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미 언론들은 조심스레 전망한다. 그의 정계 복귀가 미 정치문화 신장은 물론 여성인권에 활력을 줄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이런 전망은 희망도 다분히 섞여 있음이 분명하다.
워싱턴포스트와 ABC가 16∼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016년 대선에 나갈 민주당 후보로 조 바이든 부통령(48%)보다 클린턴 장관을 선호하는 응답자가 67%로 높은 것도 이런 바람을 반영한다. 클린턴 장관은 퇴임 후 뉴욕 자택에 거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에도 거처가 있지만 당분간 그의 모습은 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