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연중기획-한국교회 근본으로 돌아가자] (7) 신학
입력 2013-01-24 19:07
교회 울타리 넘어 세상에 감동주는 ‘하나님 이야기’로 재정립 돼야
#1 “언제까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할 겁니까. 사회적으로 힐링 요구가 큰 반면 반기독교 여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학이 현장과 너무 동떨어져 명쾌한 답을 못주고 있어요.”(광주 A교회 목사)
#2 “교회는 감동적 설교나 단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성경공부에 길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색이 필요한 진지한 신학을 회피하고 있어요.”(서울 B신학대 교수)
신학은 말 그대로 하나님에 대한 학(學)이다. 하나님의 이야기이자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다. 하버드대 등 서구 유명 대학이 성직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으로 출범했던 것은 신학을 학문의 최고봉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적 불신 ‘신학 부재’가 원인
신학은 예배, 설교, 선교, 봉사, 친교 등 성도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찬성·반대해야 할지, 강단에 드럼을 설치해도 좋은지, 윤락여성·노숙인 돌봄에 나서도 괜찮은 것인지, 신학은 크고 작은 문제에 직결돼 있다. 안타깝게도 120여년 역사를 지닌 한국교회는 교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신학 부재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잘못된 교회론, 역사의식 결여 문제와 맞물려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몰리고 있다.
김정우 총신대 교수는 “우리가 추구하는 사도행전교회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구약의 긴 역사와 예수님의 제자운동, 주님의 죽으심, 목숨을 걸고 기다린 성경을 통해 임한 것”이라며 “처절한 반성이나 죽을 각오를 하고 하나님을 대면하는 신학적 작업, 복음의 생생한 체험을 너무 가볍게 여기다 보니 오늘의 부정적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세상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데 신학이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수신학이 지닌 지나친 폐쇄성과 급변하는 현장 속 하나님이 어떤 말씀을 주시는지 신학자들이 침묵하다 보니 하나님의 통합적인 역사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청나게 빠른 세상변화도 수용을
해결방안은 신학이 교회·사회현장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특정 시·공간 속 성도들의 삶의 구조·방식을 신학적 주제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제18대 대선에서 나타난 안철수 현상을 ‘시민신학’이라는 이름으로 분석하고 불교계가 펼친 종교편향 논리를 교회사학자들이 분석해 그 실체와 대응논리를 제시한 것은 좋은 예다.
두레방선교센터 운영위원장 장빈 목사는 “한국교회가 질타와 조롱을 받은 결정적 원인은 신학이 동시대의 역사와 시민 사회를 섬겨야 하는 본분을 망각한 채 교회라는 울타리에 갇혀 교회만을 위한 신학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라며 “시민 사회의 현장, 구조적 모순이 있는 곳, 고통당하는 이들이 있는 현장 속에서 신학의 원자료를 찾아낼 때 진정한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교회는 WCC 총회를 유치할 정도로 세계적 교회로 부상했다. 따라서 민중신학 말고도 세계교회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적 신학을 육성·발전시키는 데 힘써야 할 상황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오순절 순복음 신학, 명성교회가 주도적으로 펼치는 새벽기도 운동 등은 한국교회만이 내놓을 수 있는 영적·신학적 가치다.
현장속 신학일 때 진정한 생명력 회복
민경배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국교회는 그간의 상처를 털어내고 이제 세계교회를 생각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면서 “세계를 향한 예언자적 교회가 되기 위해선 글로벌 시대 질서와 그 생태를 성경의 빛에 비추어 해석하고 세계의식과 역사의식을 두루 겸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