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버려진 배불뚝이 TV, 소년을 위해 변신을 꾀하는데…

입력 2013-01-24 18:25


로봇친구/글·그림 오세나/장수하늘소

고장 나서 버려진 ‘배불뚝이 TV’가 주인공이다. 졸지에 거리에 나앉은 TV는 몹시 상심한다. 이 TV에 말을 거는 아이가 있다. 물론 소년의 눈길은 장난감 상점에 전시된 최신 로봇에 늘 가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처럼 버려진 물건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따스함을 잃지 않은 아이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는 아이 덕분에 살아가는 맛을 되찾은 TV는 어느 날 아이가 어깨를 늘어뜨린 채 자신을 본체만체하고 지나가자 당혹해 한다. 고물상을 하는 부모가 가난하고 바빠서 못 사준 사이, 그 로봇 장난감을 누군가 사서 가버렸기 때문이다.

TV는 수레에 실려 어딘가로 간다. 그곳엔 구식 세탁기, 깨진 뻐꾸기시계, 부러진 우산, 빈 페인트 통 등 못쓰게 된 물건이 가득 쌓여 있는 게 아닌가. TV는 자신처럼 버려진 친구들에게 어느 날 밤 멋진 변신을 제안한다. 바로 소년을 위한 선물, 로봇의 탄생이다. 고물들이 한데 뭉쳐 키다리 로봇으로 되살아난 책의 마지막 장면은 감탄스럽다.

최신 스마트폰 등 ‘신상’만 찾는 요즘 아이들. 누군가 쓰던 물건에는 그 주인의 숨결과 사연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저절로 깨닫게 될 것 같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