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지중해권 여행하며 문명의 탄생·성장 담아

입력 2013-01-24 18:25


문명의 배꼽, 그리스/박경철(리더스북·2만원)

‘그리스에는 처음 만난 여행자를 집 안에 들여 재워주는 인류애적인 친절과 백주대낮에 불법체류자를 둘러싸고 돌을 던지는 야만이 공존한다.’ ‘시골의사’로 잘 알려진 저자가 서양 문명의 배꼽이라는 그리스를 여행하고 밝힌 소회 한 구절이다. 2011년 11월부터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권을 여행한 저자가 문명의 탄생과 성장을 책에 담았다. 총 10권으로 여행 기록을 정리할 예정인 가운데 그 첫 책을 선보인 것.

그가 그리스 문명을 주제로 삼은 것은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빠진 이유도 있지만 로마 문명 중심이 갖는 ‘신자유주의의 문명 패러다임’에 깊은 회의를 느껴서다. 인간에 대한 성찰, 자유와 구원의 문제는 서양 문명의 발아지인 그리스 문명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과 달리 그리스의 현실은 참담하다. 파탄 난 경제,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 등에서 느낄 수 있듯 문명 창조자들로서의 자부심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는 즉물궁리(卽物窮理), 곧 사물에 나아가 그 이치를 궁구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바탕으로 여행기 형식을 빌러 문명과 역사를 다룬다. 이번 책에는 ‘배꼽 중의 배꼽’ 펠로폰네소스가 집중 거론된다.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의 역사가 쉽게 설명됐다.

전정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