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가슴 아린 세상사와 수채화 같은 사진들

입력 2013-01-24 18:24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조양욱(엔북·1만1200원)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세상살이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꽃은 수많은 시에 등장해 사람들의 가슴을 친다.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조지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그런데 서울역 앞에 노란 국화꽃이 활짝 피었다. 노숙자들이 모여드는 것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다. 꽃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

일본 전문가로 ‘일본 상식문답’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낸 저자는 직접 겪었거나 풍월로 엿들은 세상사 중에서도 가슴이 아려오는 감동적인 사연 33가지를 들려준다. 서울 북촌의 낡고 허름한 화개이발관에 깃든 추억을 되살리는 ‘이발사 할아버지의 꿈’, 하루에 한 사람씩 골라 장미꽃 한 송이와 애송시 한 편을 선물하는 김응학씨의 사연을 담은 ‘시(詩) 배달부’ 등이 따스한 서정을 전한다.

한국뿐 아니라 바깥 세계와 연결되는 이슈도 소재로 삼았다. 저자의 삶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일본과의 인연도 다루었다. 정호승 시인은 “나는 그의 글이 너무 아프지 않아서 좋다. 고담준론을 펼치지 않으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마치 우리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될 간장종지 같다”고 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책 속의 사진은 사진기자 출신 구자호씨가 찍었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