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 재검증, 감사원 독립성 훼손 안 된다
입력 2013-01-24 18:51
4대강 사업 감사를 놓고 정부와 감사원이 정면출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리실이 23일 4대강 사업에 대한 민간 중심의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양건 감사원장이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총리실은 지난 17일 감사원 발표 이후 4대강 사업 관련 정부부처가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어 국민이 혼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 중심으로 사업에 대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감사행위를 직접적인 검증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이 이미 감사한 4대강 사업을 또다시 조사하겠다는 것은 결국 감사원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지만 헌법 기구로 독립성을 갖고 있다. 감사원법 제2조 1항에는 직무에 관해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고 2항에서는 감사원 소속 공무원의 임면, 조직 및 예산의 편성에 있어서 독립성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직후 피감기관 쪽에서 별도 검증을 하겠다는 것은 이런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감사의 중립성과 엄정성을 위해 마련된 감사원의 독립성 및 정치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국가기강의 문란과 국법질서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감사원이 내린 4대강 사업에 대한 결론 가운데 이견이 있다면 감사원과 소통을 통해 조율하면 된다. 피감기관에도 항변권이 있겠지만 감사원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 안 되며 정해진 법절차에 따라 재심을 청구하는 게 올바른 방식이다.
감사원과 정부의 이번 대립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감사원이 2011년 1월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번에는 설계부터 수질관리 기준 등 유지관리까지 전반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상이한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정권교체기란 사정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11년 당시 감사원장이었던 김황식 총리와 현 감사원장 사이 대립이 갈등의 요소로 작용한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현 정부가 핵심 치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어서 이에 대한 평가는 정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하지만 그럴수록 법에 정해진 권한 안에서 법적 절차를 따라 신중히 이견이 조정돼야 한다. 기관 간 힘 싸움 양상으로 비화되면 논란이 심화돼 혼란만 가중되고 관련 기관들의 신뢰성이 훼손될 뿐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차기 정부로 과제를 넘기거나 검증 주체를 국회로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