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진보당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모습 보여라
입력 2013-01-24 18:48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전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도정 업무보고를 하다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물세례 봉변을 당했다. 박 지사가 지난 8일 라디오 방송에 나가 18대 대선에서 나타난 호남 민심을 ‘무겁지 못했고 충동적’이라고 발언한 뒤 사과하지 않은 데 분개해 물을 끼얹었다고 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토론의 심장부인 의사당에서의 폭력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민주주의 도전행위다.
주목할 대목은 통합진보당의 의사당 폭력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전 민주노동당 시절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리는 반의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 2009년에는 국회 사무총장 방에서 ‘공중 부양’ 폭력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 운영비까지 국고에서 지원받는 제도권 정당이 잊을 만하면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 심히 유감스럽다.
물세례를 퍼부은 도의원의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도지사라 할지라도 도민들의 투표행위를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대놓고 한 것은 신중치 못한 처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도민의 대표인 도지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정의로운 민주시민이라는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도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임에 분명하다.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가 중도사퇴하고 국고지원금만 챙겨 ‘먹튀 논란’을 자초할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다. 소수당으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진보의 이념을 착근시키는 작업이 말처럼 쉽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인권문제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종북노선을 걷는 한 국민지지는 요원하다.
새가 양 날개로 하늘을 날듯 보수를 견제하는 진보정당의 존재는 성숙한 정치문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도 통합진보당은 이 같은 기대는 외면한 채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길을 간 지 오래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