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공익신고자를 세작 취급한다면

입력 2013-01-24 18:41

조직의 부패와 부정, 불법행위를 공개한 사람을 내부고발자라고 한다. 개인의 양심, 직업적 윤리, 사회책임 등을 이유로 내부 비리를 폭로한다. 내부고발을 대가로 금품이나 특혜를 요구한 사람은 내부고발자에서 제외된다.

딥 스로트(Deep Throat),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9월 30일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공익신고자라는 법률용어로 정착됐다. 투명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선 내부고발자가 필요하지만 밀고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비칠 수 있어 명칭을 바꾼 것이다.

과거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의 어감이 좋지 않아 국가청렴위원회로 이름을 바꾼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부방위 공무원이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 다른 나라 공무원이 “부패가 얼마나 심하길래 부방위로 했느냐”고 의아해 할 정도로 부방위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다.

유명한 공익신고자 사건으로는 단연 미국 워터게이트사건이 꼽힌다. 이 사건은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적발된 정치적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은 임기 도중 사임한 첫 미국 대통령이란 오명을 남겼다. 앨런 파큘라 감독은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이 사건을 재현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익신고자는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 사찰 기록을 공개한 윤석양 이병, 감사원과 재벌 의 유착 비리를 고발한 이문옥 감사관, 군 부재자 투표 부정행위를 폭로한 이지문 중위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공익신고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관련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자가 신분상 불이익 조치(파면 해임 해고 등), 인사조치(전보 전근 직무재배치), 임금·상여금 차별 지급, 정신적·신체적 손상 등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한다. 신고내용을 공개하거나 불이익 조치를 취한 사람 등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공익신고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익신고자 보호요청 건수는 27건에 달했다. 간부 비위를 신고하거나 공사비를 부풀린 기관을 고발한 공익신고자 등이 파면, 계약해지, 감봉 등의 불이익을 당했다. 공익신고자를 ‘세작’ 취급하면 조직이 발전할 수 없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걸 실감케 해서는 안 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