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점점 멀어지는 현실 안타까워… 대학생들 전공 살리는 ‘재능나눔 마켓’ 열었다
입력 2013-01-23 21:41
대학생 심재선(22·여)씨는 2009년 고려대 수학과에 입학했다. 심씨는 입학 당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을 만큼 성적이 좋았고 등록금도 장학금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 보습학원에서 중학생 시험지를 채점해주는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주말이면 하루 9시간씩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2학년 때부터는 장학금 성적 기준인 3.5점을 넘지 못해 등록금까지 직접 부담해야 했다. 심씨는 결국 과외 아르바이트를 3개로 늘렸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자기계발·취업과는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생활고와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의 자기계발도 돕고 용돈도 벌 수 있도록 하는 ‘재능나눔 마켓’이 지난 1일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안산대학교 국제비서학부 유승혜 교수와 이 학교 창업 동아리 ‘스쿨팩토리(School Factory)’ 학생들이 모여 만든 ‘겨자씨 캠퍼스 재능나눔’ 사이트다. 심씨도 보습학원 아르바이트 대신 ‘겨자씨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사이트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광고하면 이용자가 돈을 주고 재능을 사는 장터 개념으로 운영된다. 실제로 23일 이 사이트에는 한양대 학생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가 ‘프레젠테이션 자료, 명함 디자인 중 하나를 해 주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이 책정한 자신의 재능 가격은 1만원. 디자인 전문 업체에 비하면 30∼50% 저렴한 가격이다. 또 영문과 전공생이라고 밝힌 한 고려대 학생은 ‘8000원에 A4 용지 분량의 영어를 한글로 번역해주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용자는 100명 정도다.
창업 동아리 회장 노혜진(20·여)씨 역시 이 사이트를 열기 전까지는 한 스파게티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비서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학교에 입학했지만 정작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유씨는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자기계발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재능 마켓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는 다음달 사회적 기업 등록을 신청해 콘텐츠 수익의 3분의 2는 대학생 취업 장려금이나 장학금으로 쓸 예정이다.
유 교수는 “대학생들이 단순히 서빙 아르바이트 같은 일을 하는 것보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원한다”며 “재능 마켓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