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스타, 목소리도 잘 나가네!… 애니메이션 연예인 더빙 대세

입력 2013-01-23 21:02

스타 더빙 전성시대.

요즘 웬만한 애니메이션의 목소리 주인공은 누구나 알만한 연예인이다. 겨울방학 애니메이션 시장이 전성기를 맞으며 스타 더빙은 흥행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올겨울, 목소리 출연을 맡은 ‘대세’ 연예인은 누가 있으며 영화사에선 왜 이들을 잡으려 할까.

◇‘개그콘서트’ 개그맨이 대세=김준현 김원효 정범균 그리고 요즘 가장 핫한 개그맨 김지민 김기리까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목소리의 주인공들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에서 잘 나가는 개그맨들이 한 자리씩 꿰찼다.

로봇 어드벤처 ‘더 자이언트’(2월 21일 개봉)에는 김준현 정범균 김지민이 주연을 맡았다. 김준현은 덩치는 크지만 마음만은 홀쭉한 전사 역을 연기한다. 그의 목소리 연기는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2012년), 지난 3일 개봉한 ‘호두까기 인형’에 이어 세 번째다.

김기리는 ‘드래곤 헌터’(24일 개봉)를 통해 첫 더빙 연기에 도전한다. 10일 개봉한 ‘파이스토리 2’에는 개콘 출신이자 ‘병만족’ 족장인 김병만이 악당 상어 역을 맡았다. 개그맨 류담과 탤런트 남보라도 참여했다. 개그 듀오 ‘컬투’는 17일 관객을 찾은 ‘몬스터 호텔’에서 국내 최초로 1인 다역을 맡았다.

영화배우 박보영은 안데르센 명작동화를 원작으로 한 3D애니메이션 ‘눈의 여왕’(2월 7일 개봉)에서 용감한 소녀 겔다 역을 맡았다. 개그맨 이수근도 트롤 역을 맡아 흥을 돋운다. ‘해양경찰 마르코’(2월 14일 개봉)에서는 SBS ‘런닝맨’의 송지효와 이광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사슴형제의 모험기 ‘니코: 산타비행단의 모험’에서는 탤런트 주원, 걸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 개그맨 김원효가 호흡을 맞췄다. MBC ‘무한도전’의 하하와 노홍철, 배우 유준상도 ‘잠베지아: 신비한 나무 섬의 비밀 3D’에 출연했다. 어린이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하하의 더빙 연기는 이번이 네 번째다.

◇왜 스타들의 목소리인가=철저한 마케팅 차원이다. 영화홍보사 이노기획 최원영 대표는 “TV시리즈나 만화를 통해 이미 캐릭터가 알려진 ‘짱구’ ‘코난’ ‘도라에몽’은 전문 성우가 하면 되지만,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는 생소한 작품을 홍보하는 데는 인기 연예인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타를 섭외할 경우 목소리 출연에 그치지 않고 VIP 시사회나 무대인사, 연예 프로그램 출연 등 부수적인 홍보효과도 따라 온다”고 덧붙였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이창현 팀장은 “최근 들어 개그맨에서 배우로 확장되는 추세다. 애니메이션이 어린이용에서 데이트 무비로 인식되면서 성인 남녀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연예인 입장에서도 해볼 만하다. 하루 5시간 정식 녹음과 간단한 수정녹음에 보통 3일 정도 걸리지만 수입은 꽤 짭짤하다. 최고 5000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 성우의 10배 정도 수준이다. 새로운 분야의 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타를 앞세우는 마케팅에 불만도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스타의 목소리 출연과 흥행이 확실히 검증된 건 아니다. 성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부족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 더빙에 참여하다보니 간혹 책임감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