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칼레의 기적’… 英 4부리그 소속 브래드퍼드 리그컵 결승 진출 확정 ‘이변’
입력 2013-01-23 19:53
2000년 프랑스 축구 4부리그 소속의 아마추어 클럽 ‘칼레’는 프랑스 FA(축구협회)컵에서 명문 클럽들을 연파하고 결승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른바 ‘칼레의 기적’이다. 칼레는 5월 7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결승전에서 낭트에게 1대 2로 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축구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마를 연출한 팀으로 남았다. 유사한 기적이 영국에서 일어났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4부리그 소속의 브래드퍼드 시티가 프리미어리그(1부리그)인 애스턴 빌라를 꺾고 2012∼2013 캐피털원컵(리그컵) 결승 진출을 확정한 것. 영국 축구팬들은 영화 같은 ‘브래드퍼드의 기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브래드퍼드는 23일 새벽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캐피털원컵 준결승 2차전에서 애스턴 빌라에 1대 2로 패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준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 3대 1로 승리한 브래드퍼드는 1, 2차전 합계 4대 3으로 애스턴 빌라를 누르고 팀 창단 이후 첫 캐피털원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캐피털원컵에서 4부리그 팀이 결승에 오른 것은 1961∼1962시즌 로치데일 AFC(준우승) 이후 무려 51년 만이다.
1903년 창단된 브래드퍼드는 올해 110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팀이다. 브래드퍼드는 창단 초기 2부리그부터 시작해 1908∼1909시즌 처음 1부리그로 승격했으며 1911년엔 FA컵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1921∼1922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된 뒤 잊혀진 팀이 됐다. 브래드퍼드는 1998∼1999시즌 2부리그에서 준우승해 77년 만에 1부리그 복귀에 성공해 화려하게 재기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한 시즌 만에 다시 2부리그로 강등됐고, 이후 재정난까지 겹쳐 4부리그까지 추락했다.
‘브래드퍼드의 기적’을 연출한 필 파킨슨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모두 역사를 만들어 내자고 다짐했다”며 “우리 선수단과 서포터스가 오늘밤 이룬 성과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