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황당한 요구… ‘미래창조과학부’ 창조론 연상 인수위는 명칭 폐기하라

입력 2013-01-23 19:24


불교계가 차기 정부의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명칭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과학·정보통신 기술부서의 명칭이 창조과학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와 불교사회정책연구소,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관계자 등은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신설키로 한 미래창조과학부가 기독교 창조론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는 “불교계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과학기술과 창조과학의 뜻을 혼동하고 있다”며 “차기 정부 출범에 앞서 불교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또다시 종교편향 논리를 내세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혜용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은 불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교리와 주관적 신념이 개입된 창조과학은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면서 “정부부처 명칭에 부적절한 단어를 써서 종교간 갈등의 소지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종교평화위원회는 종교편향 대응 강화를 위해 2011년 설립된 조계종 총무원장 직속기구로 그동안 미션스쿨 내 신앙교육 금지, 교회 내 투표소 설치 반대, 국가조찬기도회 중단, 소망교도소 종교편향 등을 주장해왔다.

법응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도 기고문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그들의 근본신앙에 기초한 창조과학을 직·간접적으로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홍보할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면서 “창조과학이라는 반시대적 사상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한다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응 소장은 지난 15일 명칭폐기 제안서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했다.

대광고 사태 등 종교편향 문제를 이슈화시키기 위해 조계종으로부터 최소 9500만원을 지원받았던 종교자유정책연구원도 들고 일어났다. 박광서 종자연 공동대표는 인터뷰에서 “창조과학이 지닌 편파적이고 부정적 이미지가 일반적이고 호의적인 것으로 바뀔 수 있다”며 “만약 개신교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물증이 나오면 범불교계 차원에서 강력 대응해 종교편향의 불씨를 조기에 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교계의 주장을 접한 교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전병금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은 “창조적 과학기술·정보통신과 창조과학의 차이를 구별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 전 대표회장은 “특정 종교는 더 이상 포교에 쓰이는 예산을 타내기 위해서 종교편향을 주장해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는 “국내 최대의 종교이자 자비의 종교로 알려진 불교가 유독 기독교에 대해 강한 피해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것은 한국 종교문화 시장의 변동 속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불교계가 정부를 상대로 유리한 위치에서 예산을 따내고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또다시 종교편향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한편 조계종은 지난 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여성문화분과 간사, 전문위원들을 만나 불교관련 공약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계종은 지난 대선에서 5600억원의 국고를 요구한 바 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