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고털이 경찰이 주도했다… 공범 범행 포기하려 하자 무전기로 “계속해” 종용
입력 2013-01-24 00:37
지난해 말 전남 여수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은 현직 경찰관이 범행을 주도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 경찰관은 금고털이범이 범행을 중단하려 하자 범행을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제2형사부(부장검사 장봉문)는 23일 여수경찰서 삼일파출소 소속 김모(45·구속) 경사와 친구 박모(45·구속)씨가 각각 부족한 생활비와 자녀 등록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우체국 금고를 뚫고 금고 안 현금 5213만원을 훔쳐 나눠가졌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6일 박씨를, 22일 김 경사를 각각 특수절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 경사는 2011년 6월 삼일파출소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그는 생활비 부족을 걱정하다 우체국 절도를 계획하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손기술 좋은 박씨에게 제안했다. 박씨는 약 8000만원의 부채 해결과 큰딸 대학 등록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김 경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 경사는 1997년 여수경찰서 삼산파출소 등에서 근무할 때 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관리하던 동갑내기 박씨를 알게 된 뒤 같은 등산동호회원으로 절친하게 지내온 터였다.
박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해 12월 8일 저녁 11시쯤 우체국 인근에서 김 경사를 만나 무전기를 건네받았다. 이후 박씨는 김 경사 지휘를 받아 숨겨놓은 범행도구로 우체국 금고를 털었다.
검찰은 김 경사가 범행과정 내내 망을 보며 등산동호회용 무전기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경사는 벽면 패널에 팔뚝이 긁힌 박씨가 무전기로 “그만 두겠다”고 범행을 포기하려 했으나 “계속해”라고 그를 설득해 범행을 완료시켰다는 것이다. 이때 패널에 남겨진 박씨의 피부 DNA는 결정적인 수사 단서가 됐다.
검찰은 이들이 훔친 현금 5213만원 중 5029만원을 찾아 피해 우체국에 돌려줬다.
검찰은 “또 다른 공범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이들과의 관련설이 떠돌던 오락실 바지사장 황모(여)씨 실종사건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김 경사에 대해 2011년 여수 불법 오락실 단속업무를 담당하며 오락실 업주 김모(46·여)씨에게 300만원을 받고 단속 정보를 제공하거나 기습 단속에 대비해 게임기를 처분토록 한 혐의(뇌물수수 등)를 추가 적용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