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발상 “게임으로 사상교육”… 통제 대신 선전도구 활용

입력 2013-01-23 19:04

앞으로 중국 청소년들은 온라인 게임을 하며 사상교육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온라인 게임을 ‘전자 마약’으로 비판해 온 중국 정부가 게임을 통해 국가관을 주입하는 역발상 전략을 도입한 것.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3일 중국이 청소년들을 대상으

로 가장 효과적인 사상교육 방법을 개발했다면서 당과 군이 게임을 선전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네이훙핑 교수도 최근 발표한 논문에 “중국 정부가 온라인 게임을 선전 부문에 끊임없이 확대 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의 온라인 게임 인구가 1억2000만명에 육박하자 당국이 ‘통제’보다는 ‘활용’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최근 출시를 앞두고 공식 테스트에 돌입한 ‘영광스런 사명(光榮使命)’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중접속 역할 게임(MMORPG) 방식의 이 시리즈는 게임 유저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기초 군사훈련과 정훈교육을 받은 뒤 대규모 전투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청소년들에게 ‘해방군 영웅’이 되는 법을 가르쳐 공산당과 군대의 핵심 가치관을 주입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게임의 줄거리에 당 선전부 관계자들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영 언론들도 집중적인 보도를 통해 ‘게임 띄우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게임업체인 성다(盛大)도 최근 애국 교육용 게임을 개발했다. 인민해방군의 상징적인 영웅 레이펑(雷鋒)의 이름을 따 온 이 게임은 공산주의청년단 주도로 미성년자 사상교육에 활용될 계획이다. 이 게임은 공산당의 정신을 잘 표현하면 가점을 받고, 당 간부의 지적을 받으면 감점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정 점수가 누적되면 포상으로 천안문 광장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아바타를 접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선전용 게임 출시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연구와 개발에 나서도록 당국이 예산지원과 세제혜택을 제공해 왔다는 후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게임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항일투쟁 등 역사적인 내용의 게임 개발에 대해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