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강주화] 이동흡에 등 돌린 헌재 동료들
입력 2013-01-23 22:04
통상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등 법조계 인사의 청문회가 열리면 언론은 우선 도덕성 검증을 위해 재산내역을 추적하고, 업무자질 평가 차원에서 판결이나 수사 이력을 검색해 본다. 특별한 의혹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조인들은 대개 법을 지키려는 기본적 소양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흡(62)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과정은 특이했다.
이달 초 지명 소식이 알려진 뒤 각 언론에는 ‘지법원장 시절 삼성협찬 지시’ 등의 의혹들이 연일 쏟아졌다. 대부분 제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인사청문위원인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에 대한 제보를 20여건씩 받았다고 한다. 법원 내부 게시판에는 이 후보자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언론이나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 모두 의혹과 제보를 확인하기에도 벅찼다.
인사청문회장에서도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대개 청문회에선 관련기관 직원이 후보자에게 수시로 답변 참고 메모지를 건네고 귓속말로 뭔가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후보자 청문회에서 이런 장면은 거의 없었다. 한 여당 의원은 “헌법재판소 직원들조차도 이 후보자를 돕지 않으려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쏟아지는 의혹에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러는 것”이라
고 억울해했다.
이런 낯선 청문회 풍경에선 이 후보자의 평소 처신이 어땠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대다수 제보 내용은 함께 근무했던 동료 판사나 법원·헌재 직원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의혹이 모두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후보자가 주위에 그만큼 신망이 없었다는 정황이 아닐까.
이 후보자는 6년여 전에도 ‘법을 심판하는 법관’인 헌재재판관 청문회를 했었다. 그러나 청문회를 거치고도 특수업무경비를 개인계좌에 입금해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자는 22일 청문회 마무리 말에서 “제가 살아온 것과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이다. ‘새로 태어나는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했다. 이미 때늦은 각오인 것 같다.
강주화 사회부 기자 rula@kmib.co.kr